서울시립교향악단이 올해로 임기가 만료되는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의 후임으로 현재 뉴욕 필하모닉과 홍콩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인 네덜란드 출신 야프 판즈베던(61·사진)을 선임했다. 임기는 2024년 1월부터 5년간이다.
1960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태어난 그는 5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했으며 미국 뉴욕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수학한 뒤 19살 때 네덜란드 명문 오케스트라인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에 입단했다. 입단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갑자기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된 바이올린 협연자를 대신해 인상적인 연주를 하면서 이 오케스트라의 악장(콘서트마스터)이 돼 17년간 역임했다. 19세에 최연소 악장이 된 기록은 이 교향악단에서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그에게 지휘자의 길을 열어준 사람은 뉴욕필을 이끌었던 세계적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었다. 1980년대 후반 콘세르트허바우의 독일 베를린 공연에서 지휘를 맡았던 번스타인은 리허설 때 객석에 앉아 연주를 들어보고 싶다며 말러의 교향곡 제1번의 지휘를 잠시 그에게 맡겼다. 지휘가 끝난 후 번스타인은 그에게 지휘를 권유했고, 36세에 네덜란드 소규모 교향악단을 맡으며 지휘자의 길로 들어섰다. “에너지가 뿜어나오는 듯 강렬한 지휘를 한다”는 평가 속에 고전음악에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서울시향은 차기 음악감독 선임을 위해 연초부터 음악감독추천위원회를 통해 다수의 세계 정상급 지휘자들을 접촉한 끝에 판즈베던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홍콩 필하모닉을 이끈 경험으로 아시아 국가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과거 몇 차례 내한 공연을 통해 한국 연주자들의 성장 가능성을 크게 평가한 것이 선임 배경으로 꼽힌다.
판즈베던은 단원들에게 많은 연습을 시킴으로써 단기간에 연주 역량을 최고 수준으로 높이는 오케스트라 트레이너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댈러스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는 단원들이 그의 거친 스타일에 항의하는 등 불협화음이 빚어지기도 했다. 서울시향은 2010년대 중반 이후 경영진과 노조 사이의 갈등이 이어지는 등 조직 내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어서 판즈베던의 스파르타식 훈련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