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갑을 넘긴 신학대학원 동기 목사 부부가 택한 제2의 인생은 오지 선교사였다. 안정적인 목회 활동을 접고, 두 달 뒤 향하는 목적지는 ‘히말라야의 땅’ 네팔이다. 인생의 후반전을 넓고 편한 길 대신 좁고 불편한 길을 택한 것이다.
네팔선교단체인 ‘러브네팔’은 지난 2일 서울 중구 남대문교회(손윤탁 목사)에서 선교사 파송예배를 드렸다. 주인공은 김성철(62) 목사·문영신 사모 부부와 우제영(62) 목사·윤영주 사모 부부다. 이들은 2013년 출범한 러브네팔이 처음으로 파송하는 선교사다. 김 목사와 우 목사는 네팔 현지에 있는 네팔새언약신학대학교(NNCC·총장 권승일 목사)에서 각각 음악·교육 선교사로 현지 신학생을 가르칠 예정이다.
이번 선교사 파송은 신대원 동기들이 주축이 됐다. 김 목사와 우 목사는 장로회신학대(총장 김운용) 신대원 86기 동기다. 이들을 파송하는 러브네팔 역시 장신대 신대원 86기 동기들이 주축이 된 선교 단체다. 러브네팔 이사장인 손윤탁 목사와 네팔새언약신학대 총장인 권승일 목사도 같은 기수다. 신대원 동기들이 동기 목회자를, 동기가 섬기고 있는 네팔 현지 신학교에 선교사로 보내는 셈이다.
우 목사는 강원도 영월에서 8년 넘게 교회 담임목사로 시무한 현장 목회자다. 그런 그가 왜 오지의 선교사로 떠나려는 걸까. “어느 날 기도하던 중 문득 ‘세월을 아끼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은퇴할 때까지 편하게 목회할 수 있었지만, 하나님 보시기에 유익한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우 목사는 현지 신학생 육성과 전반적인 학교 운영을 위해 섬길 예정이다. 네팔은 국토의 절반이 험악한 산악 지대로 국내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을 위해 NNCC는 2명의 교수가 직접 각 지역에 방문해 강의하는 별도의 과정을 개설했다. 현재 13개 지역에서 400여명의 신학도가 수강하고 있다.
우 목사는 “한 명의 신학생은 한 개의 교회와 같다”며 “한 개의 씨앗을 뿌리면 열 개 이상의 열매를 맺는 곳이 네팔”이라고 설명했다. NNCC의 신학생은 졸업과 동시에 교회 개척을 하고 있는 만큼 신학생 배출이 곧 교회 성장과 직결된다.
김 목사는 파이프오르간을 전공했다. 서울에서 10년간 목회를 이어오던 그는 2018년 네팔 단기선교를 계기로 음악선교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당시 그는 악보도 모른 채 피아노를 연주하는 네팔 아이들을 만난 뒤 음악선교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는 “음악이란 도구를 통해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고 복음 전파가 앞당겨질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NNCC는 2013년 네팔 동부 이타하리 지역에 세워진 첫 번째 신학교다. 러브네팔 이사장인 손 목사는 “선교사가 거주하기 힘든 나라로 달려가고자 하는 선교사들의 희생 정신과 마음이 너무 귀하고 거룩하다”며 파송 선교사들을 위한 기도를 당부했다.
글·사진=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