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척추관협착증 진료를 받은 환자는 172만7128명이었다. 10년 전인 2011년(9만6491명)에 비해 약 17.9배 증가했다. 허리 디스크는 젊은층에서도 많이 발병하는 반면 척추관협착증은 주로 중·장년 이후 겪는다. 걸을 때 마다 다리가 저리고 아픈 게 전형적인 증상이다. 허리 통증 보다는 다리가 집중적으로 불편하기 때문에 척추 이상 보다는 관절염이나 혈액순환장애를 의심해 관절염약, 혈액순환개선제 등 엉뚱한 치료에 시간을 허비하기 십상이다. 척추 신경 압박이나 손상이 심할 경우 배뇨장애, 하반신마비까지 초래될 수 있다. 지속적인 약물·물리치료를 받았음에도 나아지지 않으면 악화되기 전에 다른 선택지를 찾아야 한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 신경의 문제이고 증상이 심각하다 보니 처음부터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고도일병원 고도일(신경외과 전문의) 원장은 5일 “실제 의료 현장에서 90%는 수술 없이 비수술 요법으로 치료 가능하다”고 말했다. 비수술 요법은 절개나 전신마취가 필요 없어 외래진료를 통해 간단히 치료(시술)받을 수 있다. 고령이나 기저질환자에게 부담이 적다. 꼬리뼈로 특수 바늘이나 풍선을 넣어 눌리고 들러붙은 신경을 정상 회복시켜 주거나(신경성형술, 풍선확장술) 척추 주변 인대·근육을 자극 또는 강화시켜주거나(인대강화주사요법) 내시경 카메라가 장착된 특수 카테터(관)를 삽입한 뒤 신경 압박 부위를 치료하는 방법(경막외 내시경 시술) 등이 있다.
이런 여러 치료에도 통증이 지속된다면 ‘난치성 통증’을 의심해 볼 수 있는데, 방치할 경우 우울증이나 불면증 등 정신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 난치성 통증에는 페인(pain) 스크램블러, 경두개자기자극술(TMS), 통증도수치료, 통증면역주사 등으로 증상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페인 스크램블러는 피부에 붙인 전극을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무통 신호를 뇌로 전달해 통증을 잊게 만드는 원리의 기기다. 고 병원장은 “스크램블러 치료를 장기간 받을 경우 통증을 느끼는 역치(외부 자극에 반응 정도)가 강화돼 통증 민감도가 감소하며 지속 시간이 점차 길어져 근본적인 통증 치료에 도움된다”고 했다. 일반 약물 요법 등 기존 통증 치료에 효과를 얻지 못했던 신경병성 통증, 만성 통증 환자에게 적합하다. 통증도수치료는 척추와 주변 근육, 인대를 손으로 자극해 조직을 풀어주고 말초 신경을 이완시켜 통증을 완화하는 방법이다.
척추 질환의 재발 방지를 위해선 평소 나쁜 자세나 잘못된 생활습관을 바로잡고 운동 등 노화 방지 노력이 필요하다. 고 원장은 “통증의 원인은 환자마다 다르지만 일상에서 큰 불편을 겪는다는 사실 하나는 같다”며 “획일적인 치료법에서 벗어나 환자 상태와 증상, 생활패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맞춤형 치료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