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뒤 우울증·극단 선택… 대법 “보험금 줘야”

입력 2022-09-05 04:07
뉴시스

교통사고 이후 우울증을 앓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에도 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유족 A씨가 B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A씨의 어머니는 2017년 9월 운전 중 고양이를 피하려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비가 내리던 날이었고 구조될 때까지 그는 차에 갇혀 있었다. 이후 뇌진탕 등 진단을 받고 열흘간 입원했다. A씨 어머니는 퇴원 이후에도 수개월간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 치료로 증상이 개선됐지만 비가 오는 날이면 몸이 떨리는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이 나타났다. 입원을 고려하던 중 남편도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했다. A씨 어머니는 남편을 간호하던 2018년 5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씨는 피보험자를 어머니로 하는 운전자보험에 가입한 상태였다. ‘교통사고로 발생한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한 경우’ 1억원을 지급하는 특약이 포함돼 있었다. A씨는 B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 손을 들어줬으나 항소심은 보험사 승소로 판결했다. 교통사고로 우울증이 생겼지만 A씨 어머니의 극단적 선택은 우울증의 필연적 결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A씨 어머니가 우울증이 완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편의 교통사고, 비 오는 날씨 등 자신의 사고 당일을 떠올리는 상황을 맞닥뜨렸다는 점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주치의도 우울증의 악화 가능성을 제시하는 등 A씨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발생한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했다고 추단하기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