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中 TV 굴기에… 삼성·LG 초격차 카드는 ‘SW 차별화’

입력 2022-09-05 04:04
삼성전자와 LG전자는 IFA 2022에서 가장 큰 규모의 전시관과 첨단 제품으로 관람객을 맞았다. 삼성전자 부스에 전시된 마이크로 LED TV(위쪽)와 LG전자가 선보인 앱을 통해 색깔을 바꿀 수 있는 냉장고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무드업’이 단연 눈길을 사로 잡았다. 삼성전자 LG전자 제공

“10년 전 한국의 삼성전자·LG전자를 보는 것 같다. 어느 정도 수준의 화질을 가지게 된다면 굉장한 위협이 될 것이다. LCD TV만 본다면 TCL과 하이센스는 (삼성전자·LG전자의) 90% 수준까지 따라왔다.”

롤러블 TV, 스탠바이미, 벤더블 TV 등 혁신적인 TV 제품을 기획한 백선필 LG전자 TV CX(고객경험)담당 상무는 지난 3일(현지시각)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베를린국제가전박람회(IFA 2022)’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TCL과 하이센스 등 중국 기업들의 ’TV 굴기’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IFA에서 중국 기업들이 전시한 TV 제품들을 보면 가격과 화질 경쟁력이 한국 기업들에 위협이 될 정도로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설명이다.

백 상무는 중국과의 격차가 불과 2~3년 차이로 좁혀졌다고 분석했다. 4K TV는 이미 대등한 수준에 올라섰고, 프리미엄 OLED TV의 시스템온칩(SoC) 같은 고급 부품 정도만 제외하면 격차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백 상무는 “TV 외관을 중심으로 한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차이가 거의 없다. 중국 기업들이 다 따라왔다. TCL과 하이센스는 과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경쟁하며 성장한 것과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TCL은 136형 4K 미니 LED TV 등 신제품으로 한국 기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TCL은 중국 정부가 1981년 설립한 글로벌 3위 TV 제조사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맹추격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TV 시장에서 TCL(8.7%)과 하이센스(8.2%)는 각각 3, 4위의 점유율(금액기준)을 나타냈다. 두 회사의 합계 점유율은 2위인 LG전자(17.4%)와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TCL은 부품을 제조하는 자회사 CSOT를 가지고 있어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처럼 수직계열화를 갖췄다. 제조, 기술, 사업모델 측면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실제 IFA 2022에 참가한 중국 기업들은 대규모 전시장에 TV를 전면에 내세우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TCL은 LCD TV 성능을 개선한 136형 4K 미니 LED TV를 신제품으로 공개하며 전시장 벽면을 가득 채웠다. 또 98형 QLED 4K·8K 등 초대형 TV를 전시장 곳곳에 배치해 관람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국내 TV 업계에서는 중국과의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선 하드웨어 경쟁이 아닌 소프트웨어 경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용자 경험’에서 차이를 만들어야만 소비자들의 선택을 지속해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상무는 “TV 시장의 전체적인 트렌드는 달라질 수 있지만,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 때 휴(休), 미(美), 락(樂)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본성이라 바뀌지 않을 것이라 본다. 고객의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초대형, 초경험, 초개인화 등 다양한 솔루션을 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정강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차세대기획그룹장(상무)도 “중국 업체들도 라이프스타일 TV를 만들긴 하지만 아직은 전시형 콘셉트만 보여줄 뿐 상용화하기 위한 기술 개발은 더디다”면서 “방송이나 VOD 같은 단순 영상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을 넘어 게임과 재택근무, 홈피트니스, 사물인터넷(IoT), 소셜 커뮤니티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데 TV를 사용하고 있다. 소비자 개인마다 다른 TV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출시하겠다”고 말했다.

베를린=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