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7개월 만에 꺾였다. 지난 2월부터 연속 행진하며 7월 6.3%까지 찍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7%로 내려앉았다. 수치로만 놓고 볼 땐 완연히 꺾인 모습으로 일각에선 물가 정점론도 제기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등으로 가격 부침이 심한 석유류 오름폭이 7월 35.1%에서 19.7%로 축소된 때문으로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환율까지 급등세인 데다 동절기를 앞두고 유럽발 천연가스 대란설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공급 측 압력을 받던 물가가 수요 압력으로 본격 전이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한 달 전 기록적인 폭우와 작황 부진으로 농산물값 고공행진이 예사롭지 않다. 채소류와 과일이 각각 27.9%, 9.4% 오르는 등 농산물 가격 상승률이 10.4%로 전월(8.5%)보다 커졌다. 호박 83.2%, 배추 78.0%, 오이 69.2%, 무 56.1%, 파 48.9% 등 개별 품목의 상승률을 보면 추석을 앞둔 서민들은 상차릴 엄두가 나지 않는다. 북상 중인 태풍 ‘힌남노’로 인해 신선식품 출하량이 감소해 가격 오름세는 더 가팔라질 것이 뻔하다. 정부는 20개 성수 품목 공급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등 가격안정 노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태풍에 대비해 성수품 수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배수로 정비, 시설 보완 등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태풍 여파는 단기에 그칠 수도 있지만, 더 심각한 건 환율 급상승세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고물가 저성장’ 기조에서 헤어날 수 없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일 연고점을 경신하면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13년 4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1360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우리 경제 펀더멘털이 괜찮다며 미국의 강력한 통화 긴축 정책 핑계만 대고 있을 계제가 아니다. 최근의 환율 급상승세는 사상 최대의 무역적자가 주범이기 때문이다. 환율 상승 요인이 단기에 해소되기는 어려운 환경에서 국제수지 악화는 상품·서비스 거래뿐 아니라 증권 등 자본 거래 시 외환의 급격한 유출을 의미한다. ‘셀 코리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원·달러 스와프 재추진 등 범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