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경험 못한 태풍 ‘힌남노’ 북상에 초비상

입력 2022-09-03 04:00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2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항에 어선들이 대피해 있다. 힌남노 영향으로 3일 제주와 남해안에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다음주 초에는 전국에 걸쳐 거센 비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다음주 초 남해안을 통해 국내에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태풍은 역대 가장 강했던 ‘사라’나 ‘매미’보다 강한 상태로 상륙할 가능성이 있고 전국에 걸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기상청은 “한 번도 예상하지 못했던 태풍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대비를 당부했다.

기상청은 힌남노가 6일 오전 경남 남해안을 통해 한반도에 상륙할 전망이라고 2일 밝혔다. 특히 부산과 울산은 태풍 피해가 큰 위험반원에 들 가능성이 있다. 힌남노는 당초 국내 상륙 없이 부산 앞바다를 통해 빠져나갈 것으로 예보됐지만, 태풍 예측 경로가 북쪽으로 30~50㎞가량 올라가면서 전망이 조정됐다.

힌남노는 강도 ‘강’의 상태로 국내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 강도는 ‘중-강-매우 강-초강력’ 4단계로 나뉜다. 상륙 시 중심 기압이 950hPa(헥토파스칼)로 전망되는데, 이는 국내 상륙했던 태풍 중 가장 강했던 1959년 사라와 두 번째로 강했던 2003년 매미보다 강한 상태다. 국내 기상관측소에서 측정한 사라와 매미 중심기압 최저치는 각각 951.5hPa(부산)과 954hPa(통영)이었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세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한 번도 예상하지 못했던 태풍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상륙 지점은 바뀔 수 있다. 한반도 주변 기압계 배치에 따라 북상 위치는 경남 남해안 중 한 곳, 혹은 전남까지 그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우 분석관은 “심하게 변동될 경우 상륙 지점이 전남 남해안이 될 수도 있다. 특정 지역을 꼽기에는 (진로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힌남노의 국내 상륙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사실상 전국이 태풍의 영향권에 들겠다. 태풍의 본체가 북상하기 전인 이번 주말에도 강한 비구름의 영향을 받아 비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토요일인 3일에는 힌남노의 영향으로 제주도와 남쪽 지방을 중심으로 최대 350㎜가 넘는 비가 내릴 전망이다. 예상 강수량은 제주도에 100~250㎜, 전남 남해안과 경남권 해안에 50~150㎜다.

일요일인 4일 오전부터는 비가 수도권으로 확대되면서 전국적으로 비가 쏟아지겠다. 바람도 거세 제주·남해안·경상동해안에서는 최대 순간풍속이 초속 50m가 넘는 강풍이 불 수도 있다. 기상청은 “하천 범람에 의한 저지대 침수가 예상되기 때문에 최근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지역은 각별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힌남노 북상으로 대규모 피해가 우려됨에 따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선제적으로 가동하는 등 대응 태세를 철저히 하라고 관계 당국에 지시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