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예수 안에서 우린 하나”… 인종·교파 넘어 뜨겁게 찬양

입력 2022-09-02 03:01
세계교회협의회 11차 총회 참석자들이 지난 31일 독일 카를스루에 콩그레스센터 기도텐트에서 열린 개회 기도회에서 찬양을 부르고 있다.

전 세계에서 온 4000여명의 기독교인이 뿜어내는 기도와 찬양의 열기가 독일 카를스루에 콩그레스센터 마당에 세워진 기도 텐트를 가득 메웠다. 31일(현지시간) 세계교회협의회(WCC) 11차 총회 ‘개회 기도회(Opening Prayer)’ 현장에서다.

인종과 언어, 신앙 전통과 고백의 모습이 각기 다른 이들은 90분 동안 이어진 기도회에서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면서 찬양 속으로 빠져들었다. 세계 각지에서 온 남녀노소 교인의 구심점은 예수 그리스도였다. 이들은 저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들고 찬양을 부르며 함께 춤을 췄다.

이날 찬양은 독일과 인도네시아에서 온 교인으로 구성된 연합 찬양대와 독일에서 활동하는 브라스밴드가 이끌었고, 세계 각지의 찬양 사역자들도 마이크를 잡았다. 전 세계 인종이 모인 ‘컬러풀 기도회’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이들은 ‘키리에 엘레이손’(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알렐루야’와 같은 귀에 익숙한 찬양부터 아프리카 나미비아 전통 찬양과 이집트 콥트 교회 찬양도 소개하며 회중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었다. 기도회는 국악 작곡가 류형선이 작사·작곡한 ‘주께서 왕위에 오르신다’로 막이 올랐다.

전 세계 기독교인과 어깨를 부딪히며 찬양과 기도를 경험한 이들의 감동은 컸다.

김윤형(감리교신학대 신학대학원)씨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세계의 다양한 교회 교인과 한자리에서 예배드리며 많은 걸 느끼고 배웠다”면서 “예수를 구주로 고백하는 이들은 누구라도 함께 찬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면서 한국교회도 하나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박진영(장신대 신학과)씨도 “전 세계의 다양한 인종과 교파에 속한 기독교인과 함께 예배를 드린 일이 처음”이라며 “예수 그리스도 안에 하나라는 동질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기도회는 설교와 다양한 신앙 전통을 지닌 참가자들의 신앙고백, 찬양으로 구성됐다. 설교는 그리스 정교회 소속 요한 10세 안티오키아 총대주교가 ‘평화의 오아시스’를 주제로 전했다. 본문은 요한복음 4장 5~23절로 예수가 우물가에서 사마리아 여인을 만나는 장면을 그린 내용이다.

그는 “예수는 종교적인 믿음과 성별, 문화와 생활 방식의 큰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마리아 여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면서 “지금의 갈등과 아픔의 현장에도 이런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메마른 세상을 살리는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오아시스가 되는 게 교회의 사명”이라며 “차별과 기아, 억압과 고통에 눌린 이들에게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희망을 전하는 여정에 함께 나서자”고 권면했다.

신앙 전통과 고백이 다른 350여 회원교회가 모인 WCC는 전통적으로 예배 대신 기도회를 드려왔다. 그동안 WCC의 기도회는 갈라진 교회들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자매임을 확인하고 신앙적 공통점을 찾는 기회를 제공했다.

카를스루에(독일)=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