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가 문을 연 날, 검찰이 제1야당 대표에게 소환 조사를 통보하자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정부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칼날을 들이댄 것을 ‘정치 보복’ ‘야당 탄압’으로 규정했다. 당분간 여야 협치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공소시효 등을 들며 이번 검찰 수사가 정치 보복이나 야당 탄압과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야당 반발로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입법 과정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이 1일 이 대표에게 “6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해 달라”고 통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주당에서는 격앙된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이 대표는 지난해 국정감사와 언론 인터뷰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개발 등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과 경쟁했던 대선 후보이자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보복, 야당을 와해하려는 정치 탄압에 대해 민주당은 물러설 수 없다”며 강력한 대여 투쟁을 예고했다.
한 친명(친이재명계) 의원은 “전날에는 협치를 얘기하고, 다음 날 소환장을 날리는 사람들이 어디 있냐”며 “정기국회가 시작하자마자 야당 대표를 협박하기 시작한 것이고, 강하게 맞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30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 전화 통화를 하며 ‘민생 법안 처리 협조’를 요청해 놓고는 검찰 수사로 뒤통수를 쳤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정치 보복 프레임에 선을 긋고 나섰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의 정치 탄압이라는 주장과 달리 이 대표와 관련된 의혹들은 대선 이전부터 제기돼 왔던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선 관련 선거법 위반 사건의 공소시효가 오는 9일 만료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검찰 출신의 한 초선 의원은 “공소시효는 임박해 오는데 혐의는 워낙 많아서 수사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8월에 소환을 통보했어도 야당은 똑같이 반발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한 재선 의원은 “이번 수사를 빌미로 민주당은 협치를 거부할 명분이 생겼다”며 “정기국회가 순탄치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야는 이날 오전부터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두고 입씨름을 벌였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 대표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이 범죄스릴러 영화 같다”며 “이 대표와 쌍방울그룹의 검은 커넥션이 차례차례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대표는 “나와 쌍방울의 인연은 내복 하나 사 입은 것밖에 없다”며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되지 않겠나”고 받아쳤다.
정현수 박세환 김승연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