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8월 원유·가스·석탄 수입 누적액은 1251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입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9억4000만 달러 늘었다. 지난 8월만 놓고 봐도 수입액은 전년 같은 달(96억6000만 달러)보다 88억6000만 달러 증가했다. 지난달 무역수지 적자(94억7000만 달러) 대부분이 3대 에너지원 수입액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 관련 방역 지침이 완화되면서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난 부분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고공행진하는 에너지 가격 여파가 컸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제유가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1~8월 사이 배럴 당 최대 127.86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31일 기준으로는 배럴 당 97.88달러까지 낮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최근 낮아졌다는 이 가격조차 전년 같은 시점(71.19달러/배럴)과 비교하면 37.5%나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는 수입액을 급격히 늘리는 요인이 됐다. 1~8월 원유 수입액은 722억90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12억4000만 달러 증가했다.
원자재뿐 아니라 원자재를 가공한 중간재 수입액 증가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는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게 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도 꼽힌다. 한국이 강점을 지닌 품목 중 이차전지 사례가 두드러진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9일 발간한 ‘대중 적자 원인과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이차전지 원료가 되는 기타정밀화학원료의 대중국 수입액은 올해 상반기 기준 72억50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38억3000만 달러)보다 배 가까이 증가했다. 배터리 중간재인 ‘기타축전지’ 수입액 역시 올해 상반기 기준 21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11억1000만 달러)보다 배가량 늘었다.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 상승은 수출해봤자 남는 것이 없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순상품교역지수가 사상 최저 수준인 82.55까지 떨어졌다고 전날 밝혔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100에 못 미칠수록 교역조건이 나빠진다는 뜻이다.
정부도 무역금융을 351조원까지 확대하는 식으로 후방 지원에 나섰지만 상황 개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최근 무역적자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 수출 확대를 통해 무역수지가 개선될 수 있도록 총력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