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인사들의 잇따른 매파(긴축 선호) 발언이 나오고 경기 침체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국내 주식시장에는 공매도 폭탄이 쏟아지고 있다. 공매도 거래대금 규모는 두 달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실 가능성이 두드러지거나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종목들이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됐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공매도 거래대금 총액은 8301억1217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6월 17일(9054억8574만원) 이후 두 달 반 만에 가장 큰 규모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해 주식을 빌려 판 뒤 주식을 빌린 곳에 다시 주식을 사서 갚는 투자기법이다.
특히 최근 4거래일 동안 하루 평균 공매도 규모는 6448억원으로 지난주(4334억원)에 비해 48.8% 증가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체 거래 중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날 6%를 넘어섰다. 공매도 비중이 6%를 돌파한 것은 지난 7월 13일 이후 처음이었다.
이번 주 들어 공매도가 급증한 배경에는 연준 인사들의 잇따른 매파적 발언이 있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잭슨홀 회의에서 경기 둔화를 감수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후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연준이 금리를 내년 초까지 4% 이상 인상 유지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공매도는 주가가 고평가됐거나 경기 침체에 따른 리스크가 부각되는 종목들에 집중됐다. 지난달 주식 거래량 중 공매도 비중이 큰 가장 큰 종목은 메리츠금융지주(27.54%)였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해 주가가 348.52% 급등하며 고평가 논란이 일었다.
5위에 오른 메리츠증권(20.37%)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1분기 기준 메리츠증권은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 노출)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 불안감이 확대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미분양이 속출하는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실적 악화에 신음하고 있는 종목들도 공매도 먹잇감이 됐다. 올해 초부터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넷마블(25.3%)은 공매도 비중 2위에 올랐다. 2분기 적자를 기록한 펄어비스도 최근 공매도 매매 비중이 20%대로 올라섰다. 마찬가지로 상반기 실적 부진을 겪은 SK바이오팜(22.93%), 씨젠(21.36%) 등도 주요 타깃이 되며 각각 공매도 비중 3, 4위를 기록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