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재계 총수들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직접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에 뛰어든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달 초 영국을 방문해 영국 차기 총리로 유력한 리즈 트러스 외무부 장관과 만나는 일정을 조율 중이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요청할 계획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부회장이 추석 임박해서 구라파(유럽) 쪽에 출장을 가서 몇 나라를 돌면서 그런(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작업을 해주실 것 같다”고 말했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이 부회장을 부산엑스포 유치 특사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에 참여한 주요 그룹은 엑스포 개최지 결정에 투표권을 가진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을 나눠서 담당한다. 삼성그룹은 영국을 맡고 있다. 삼성은 영국 반도체 설계전문 기업 ARM에 대한 인수·합병(M&A)을 검토할 정도로 주요 사업지로 영국을 꼽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그동안 수시로 해외를 오가며 각국 정부 관료, 정치인은 물론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 등과 교류를 지속해 왔다. 윤석열정부도 글로벌 네트워크가 탄탄한 이 부회장에게 기대를 거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이달 중으로 일본 오사카 등을 방문해 유치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만남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달에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SK의 밤’ 행사에 참석해 유력 정치인 등을 상대로 부산엑스포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최근 최수연 네이버 대표를 만난 최 회장은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에 네이버에서 운영하는 글로벌 메타버스 서비스인 ‘제페토’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5대 그룹 총수들도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한 해외 순방에 나설 전망이다. 직접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지지를 요청했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조만간 유럽 미국에서 유치 활동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폴란드를 둘러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베트남을 방문 중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베트남에 이어 일본을 찾아 엑스포 유치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재계에선 각국 정상이 한 자리에 모이는 유엔총회 기간(18~20일)을 기점으로 5대 그룹 총수들이 유치전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한다. 재계 관계자는 “엑스포 유치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몇 달 새 지지를 이끌어낸 국가만 30개국이나 된다고 한다. 지지를 표명한 경제공동체 소속 국가까지 포함하면 70개국이 넘는다는 말도 있다”면서 “사우디아라비아보다 1년 정도 출발이 늦었기 때문에 열세인 상황이지만, 결승선에 먼저 들어가기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