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지방 가리지 않고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전체 시·군·구 10곳 중 9곳 이상에서 집값이 떨어졌다.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는 게 의미 없을 정도로 전방위적 내림세를 보인다. 전국 아파트값은 10년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은 지난달 5주차(29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발표하고 전국 집값이 0.15% 떨어졌다고 1일 밝혔다. 2012년 8월(-0.14%)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수도권은 0.20% 내렸는데, 이 역시 2012년 9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수도권 집값의 하락을 이끈 건 서울(-0.13%)이다. 서울의 하락 폭은 2019년 1월 이후 3년7개월 만에 최대치다. 강남구(-0.06%)와 송파구(-0.12%) 등 강남 지역은 물론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노원구(-0.25%), 도봉구(-0.27%), 강북구(-0.20%)도 큰 낙폭을 보였다. 경기도(-0.21%)와 인천(-0.29%)도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정부가 수도권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히면서, 성남시 분당구(-0.12%)와 고양시(-0.11%)는 낙폭을 조금 줄였다. 하지만 여전히 뚜렷한 내림세다.
시장의 거래 심리는 갈수록 위축하고 있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7월 거래량은 639건으로 1000건을 밑돌았다. 올해 거래량이 가장 적었던 2월(820건)에도 못 미친다. 금리 인상을 포함한 변수들이 집을 사들이기 어려운 여건을 조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원은 “거래 심리가 위축되면서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발생하고 해당 거래 가격이 시세로 인식되는 상황이 지속하며 하락 폭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시장의 완연한 내림세는 전국 규제지역의 상승·하락 추이를 비교해도 드러난다. 부동산원이 관리하는 176개 규제지역(시·군·구) 중 지난달 5주차에 소폭이나마 오름세를 유지한 곳은 16곳에 불과했다. 8곳이 보합이고 나머지 152곳이 내림세였다. 상승 여력이 남아 있던 지난해 12월 3주차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전체 176곳 중 154곳이 상승했고 6곳이 보합이었으며, 16곳이 하락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