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미래를 꿈꾸며 삶을 계획하여 차질 없이 실천했다. 그러다 대학생 때 룸메이트인 친구를 따라 한마음교회에 처음 갔다. 오래 교회에 다녔지만 그때, 하나님이 모든 사람에게 믿을 만한 증거인 부활을 주셨고, 부활의 이유가 나의 주인 되기 위함이란 말을 처음 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주인된 죄를 회개하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으면 구원을 얻는다고 했다. 살아도 주를 위해 살고, 죽어도 주를 위해 죽는다는 고백은 늘 했지만 내 삶에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았다. 입으로만 예수님을 믿었지 내 인생의 주인은 나였다.
재수를 하고 상위 10%의 좋은 성적으로 초등 임용고사에 합격했다. 춘천이나 원주 등 대도시로 우선 발령받을 수 있었는데 전산 오류로 태백으로 발령을 받았다. 장학사님의 사과에 어쩔 수 없이 수용하고 몇 시간 걸리는 태백에서 춘천까지 예배를 드리러 다녔다. 어느 겨울, 버스를 탔는데 눈이 많이 내려 얼어붙은 길을 과속으로 달리다 브레이크가 안 먹히며 미끄러져 버스는 지그재그로 달렸다. 차 안은 비명으로 아수라장이 되었고, 내가 죽을 수 있다는 공포에 휩싸였다. 천만 다행으로 버스는 다리 위 가드레일을 박고 앞바퀴가 다리 밖으로 달랑거리며 가까스로 멈추었다. 사람들은 앞으로 튕겨 나오고 승객들은 탈출을 위해 앞 출입문으로 몰려왔다. 기사가 추락한다며 소리를 쳐 뒤쪽 창문을 깨고 탈출을 했다. 그러나 앞쪽에서 빨리 빠져 나올 수 없는 그 절박한 찰나에 “하영아, 지금 너의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니?” 하나님의 음성이 마음에 들렸다. 순간, 아무 대답도 못한 채 죽음의 공포 앞에 완전히 얼어버렸다. ‘내 믿음은 믿음이 아니었구나!’ 내 신앙의 정확한 현주소가 그때 정확히 비춰졌다.
죽으면 죽으리라는 마음으로 엎드리던 어느 날, ‘육체와 마음의 원하는 것을 하는 진노의 자녀’라는 성경구절이 생각났다. 너는 네 마음대로 육체와 마음의 원하는 것을 했다고 하나님께서 책망하시는 것 같아 너무 두려웠다. 순간, 내 인생은 내 것이라며 움켜쥐고 있던 나를 살리기 위해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셨다는 사실이 선명해졌다. 오직 나와 함께하고 싶어 십자가에서 죽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그 사랑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 사랑 앞에 내가 주인 되어 살았던 악한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을 주인으로 영접했다.
감격의 삶이 시작되었다. 그러다 겨울방학 때 갑자기 고열에 시달렸다. 그냥 몸살이려니 하며 동네 병원에 다녀와 약을 먹었지만 열은 내리지 않고 증세가 악화되어 다음날 대학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 8시간 동안 응급실에서 신종플루, 조류독감 등 수많은 검사를 했지만 병명을 찾지 못했다. 다시 개인병원으로 옮겼는데도 열은 계속 40도를 넘고 경련까지 일어났다. 입원 3일째 생일날에도 머리는 터질 것 같고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이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이러다 정말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4일째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감염진단이 내려졌고, 폐에는 물이 가득 차고 백혈구와 적혈구 수치가 정상보다 15배 낮아졌다. 저혈압에 패혈증의 가능성이 높아지자 큰 대학병원으로 급히 옮겼다. 수액 링거액 과다 투여로 몸무게가 10kg이상 늘고, 녹색 설사에 피가 섞여 줄줄 나오고 배의 복수를 빼내며 소변 줄을 꽂았다.
혈소판 수치가 낮아 수혈준비를 했다. 게다가 지혈이 안 되어 온 몸이 피로 범벅되어 7일째에 중환자실로 가야 할 급박한 상황이 되었다. 그때, 주님 계시는 천국을 생각하며 찬양을 크게 틀었다. 움직일 수 없었지만 감사의 눈물이 나오며 기쁨이 온 몸을 감쌌다. 죽음 앞에서 나와 함께 하실 분은 오직 예수님 한분밖에 없었다. 그 사랑이 나를 완전히 덮었다. 예수님이 나와 함께 하시니 죽음이 끝이 아니라 내 본향인 예수님과 함께 지낼 영원한 천국이 너무 그리워졌다. 다만, 주님이 주신 복음전파의 사명을 더 감당하지 못한 아쉬움만 남았다.
그때, 주님께서 버스사고 때와 동일한 질문을 하셨다. “하영아, 지금 너의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니?” “주님, 제가 주를 사랑하는 것을 아시잖아요? 저는 오직 주님 한 분만으로 충분합니다.” 자신 있고 분명하게 대답했다. 기적이 일어났다. 교회공동체의 기도와 진심의 고백에 하나님께서 응답해주셨다. 8일째 열이 서서히 내리며 복수가 빠지고,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하루 전까지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갑작스런 변화에 의사선생님과 간호사들도 모두 놀랐다.
두 사건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내 인생 전체를 바꾸어 주셨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말씀과 영혼밖에 없음을 알게 되자 본격적으로 복음의 씨앗을 뿌리기 시작했다. 대학생 때 나를 따라 교회에 온 언니가 오랫동안 생각에 시달리다 복음을 듣고 예수님을 만나 망상에서 벗어났고, 버스 옆 자리에 앉았던 대학생은 주님 안에서 기쁘게 생활한다는 감사의 문자를 보내왔다. 담임을 했던 아이들도 예수님을 믿게 해 준 선생님이 가장 기억이 난다며 연락을 해주고 어느 제자는 선생님같이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는 교사가 되겠다며 교육대학교에 진학했다. 또 구원에 대한 확신이 없어 고민하다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전도사가 된 청년도 있다.
이젠 죽음이 두렵지 않다. 내 주인이 예수님이고, 그 예수님이 살아도 죽어도 나와 함께 하시기 때문이다. 주님 다시 오실 그날까지 오직 영혼들에게 주님의 사랑을 전하고 싶다.
엄하영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