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원씩 총 2억 지원… 미자립교회 다시 세운다

입력 2022-09-02 03:03
윤석전 연세중앙침례교회 목사가 1일 서울 구로구에 있는 교회에서 열린 기침 국내선교회 주최 ‘제2회 CR세미나’에서 말씀을 전하고 있다.

부산 기장군 좋은나무교회는 3년 전 개척하자마자 코로나19 직격타를 맞았다. 예배당 3개 벽면에 만화책을 채워 주중엔 만화방 사역, 주일엔 예배 공간으로 사용하려던 교회는 코로나로 문도 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 교회 담임인 신재철(42) 목사의 통장엔 잔고 3만원도 없을 때가 많았다. 교회 임대료를 낼 때가 되면 부담은 더 커졌다. 아파트에서 두 시간씩 일하며 돈을 벌어야 할 정도로 상황은 좋지 않았지만 사역은 멈추지 않았다. 마스크도 사기 어려운 가정을 찾아가 KF94 마스크와 교회를 소개하는 내용물을 우편함에 넣었다.

그러다 지난해 신 목사에게 전화가 왔다.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 국내선교회가 코로나 상황에서 교회 회복을 위해 ‘교회를 다시 심는다’는 의미의 ‘CR(Church Replanting) 운동’을 시작하는데 지원 대상자가 됐다는 내용이었다.

CR운동은 기침이 전국 134개 지방회를 통해 지역별 어려운 교회를 3개씩 추천받아 미자립교회 400여곳에 전도지원비 50만원씩 총 2억원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유지영 국내선교회장은 “비록 큰 금액은 아니지만 이 지원비로 교회가 전도의 불길이 일어나는 도화선이 되기를 희망했다”고 설명했다.

1일 서울 구로구 연세중앙침례교회에선 지난해에 이어 제2회 CR세미나가 열렸다. 올해 지원받는 400여 교회 목회자들도 참석했다.

전도비만 지원하는 게 아니다. 지난해 지원비를 받아 전도의 회복을 경험하고 열매를 맺은 교회 목회자들이 멘토로 나서 새롭게 지원받는 교회를 돕도록 했다. 신 목사 역시 올해 멘토로 나섰다. 신 목사는 “멘토라고 거창한 게 아니다. 비슷한 고민과 어려움을 갖고 있는 교회들이 함께 이야기하고 공감하다 보니 서로에게 위로가 된다”고 했다.

그의 멘티인 부산 남구 깊고넓은교회 성민규(45) 목사는 “50만원이 적게 보일 수 있지만 개척교회, 미자립교회에는 큰돈”이라며 “무엇보다 총회가 지원한다는 것만으로도 코로나의 시간을 버텨낸 우리에게는 큰 힘”이라고 말했다.

지원비 사용 계획도 이미 세웠다. 성 목사는 “위기 청소년 사역을 하고 있다. 세상에선 할 수 없는 도움을 교회가 주려고 한다”면서 “3년째 지원 중인 아이 1명을 포함해 총 7명인데 이번 지원비도 아이들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말씀을 전한 연세중앙교회 윤석전 목사는 “우리는 궁핍해서 이 자리에 온 게 아니라 목회 잘하려고 온 것”이라며 격려했고, 목회자들은 ‘아멘’으로 호응했다.

글·사진=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