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의 품격’… 美서 또 사고 싶은 고급차 1위

입력 2022-09-02 04:08

미국에서 현대자동차의 위상이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다. ‘바퀴 달린 냉장고’라는 조롱까지 들었던 현대차가 고급차 브랜드 경쟁판도를 뒤흔든다. 최상위 평가를 휩쓸고 있다. 제네시스를 앞세운 고급화 전략이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글로벌 데이터분석기관 ‘비주얼캐피탈리스트’에서 S&P 글로벌 모빌리티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제네시스의 고객 충성도는 1년 전보다 8.5% 포인트 상승했다. 고급차 브랜드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2위 마세라티(4.3% 포인트), 3위 테슬라(4.0% 포인트)와도 큰 차이를 보였다.

충성도는 고객이 신차 구매 시 기존에 타던 브랜드를 재구매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제네시스가 고급차 브랜드로는 후발주자여서 충성도 상승 여지가 크다는 걸 감안해도 미국에서 현대차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다. 이번 조사는 제네시스, 캐딜락, 렉서스, 벤츠, 포르쉐 등 16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2020년 1월~2021년 2월’과 ‘2021년 3월~2022년 4월’의 충성도를 비교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제네시스를 포함해 3곳(마세라티, 테슬라)을 뺀 나머지 13개 브랜드의 충성도는 모두 하락했다. 랜드로버가 9.2% 포인트 떨어져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이어 포르쉐(8.5% 포인트), 아우디(7.3% 포인트), 벤츠(7.0% 포인트) 순이었다. 충성도 하락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등이 촉발한 신차 생산지연이 불러온 현상으로 풀이된다. 고급차 브랜드의 운전자는 신차 구입 시 기존 브랜드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지만, 마냥 신차 출고를 기다릴 수 없어 다른 브랜드로 갈아탄 것이다. 비주얼캐피탈리스트는 “제네시스를 비롯한 3곳만 이런 추세를 거스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네시스는 미국 시장조사기관 JD파워에서 지난 25일(현지시간) 발표한 ‘2022 미국 기술경험지수 조사’에서도 고급차 브랜드 1위 자리를 차지했다. 2022년형 신차 구매자 8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각 브랜드의 신기술 혁신 수준에 대한 평가다. 제네시스는 총점 643점으로 캐딜락(584점), 벤츠(539점), 볼보(526점), BMW(516점) 등 고급차 브랜드를 모두 제쳤다.

현대차는 1986년 처음 미국 시장에 발을 디딘 뒤 늘 추격자 신세였다. 하지만 제네시스를 앞세운 고급화 전략이 열매를 맺으면서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329만9000대를 파는 기염을 토했다. 도요타(513만8000대), 폭스바겐(400만6000대)에 이은 세계 3위다.

제네시스는 미국에서 2만5668대를 판매해 반기 기준으로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도 테슬라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다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변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질주하던 현대차그룹에 상당한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