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토마토 맛 떡갈비의 비밀

입력 2022-09-02 04:02

“떡갈비에서 토마토 맛이 나요.” 떡갈비를 한 조각씩 먹은 두 아이의 말에 낭패감이 들었다. 질 좋은 소고기를 정성껏 두드려 연하게 만들고, 싱싱한 채소를 다져 넣고, 쫀득한 식감을 내는 떡을 중간중간 섞어 한 덩어리로 완성시킨, ‘내가 만든 떡갈비’에 대한 소감이 아닌데도 말이다. ‘이번에도 틀렸군’ 하는 마음이 들며 어쩐지 속이 쓰렸다.

아이들이 그저 한 입씩 맛만 본 그 떡갈비를 놓고 ‘떡갈비’라고 부르는 게 맞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맛없는 떡갈비에 감히 떡갈비라는 이름을 붙여줄 수 없다!” 이런 비장한 심정에서 하는 말이 아니다. 그야말로 존재론적 고민이다. 떡갈비의 모양새는 제법 갖췄지만 떡갈비라고 하기엔 결정적으로 부족한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 결핍이 ‘맛’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맛이 없다’는 게 그 고민의 본질적인 이유는 아니라는 소리다.

그러니까 그 ‘토마토 맛 떡갈비’에는 갈비가 들어 있지 않았다. 고기가 아예 안 들어간 떡갈비다. 그 떡갈비를 떡갈비라고 부르는 게 옳은지에 대해 ‘존재론적 고민’이라고 언급한 이유다. 하지만 “그 떡갈비는 결단코 떡갈비가 아니다!”라고 단언하기도 망설여진다. 모양새는 제법 떡갈비다. 갈비를 제외한 재료가 전부 떡갈비 재료다. 만드는 방법도 동일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뭐가 들어 있다는 말인가. 떡갈비라면서 어쩌자고 갈비를 빼고 만들었단 말인가. 이런 의문이 들 만하다. 힌트는 ‘토마토 맛’에 있다. 비건이거나, 비건에 관심이 있거나, 환경 문제로 고민을 해 봤거나, 식품시장 트렌드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진작에 ‘토마토 맛 떡갈비의 비밀’을 알아챘을 것이다. 그 떡갈비에 들어간 갈비의 정체는 식물성 단백질 즉 ‘대체육’이었다. ‘토마토 맛이 난다’는 것은 정직할 뿐 아니라 꽤나 정확한 평가였다.

대체육은 현재 식품시장의 유망주다. 대체육을 포함한 식물성 단백질 식품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7조4372억원에 이르렀다(유로모니터). 지난 1년반 동안에도 10%대 성장률을 보이며 몸집을 키웠다. 글로벌 식품기업은 물론이거니와 CJ제일제당, 대상, 농심, 풀무원 등 국내 주요 식품기업의 미래 성장동력이기도 하다. SK그룹처럼 대체육 너머 ‘배양고기’ 시장에까지 관심을 갖고 투자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대체육 시장 규모가 엄청나다고 토마토 맛 떡갈비를 떡갈비라고 부르는 것이 타당한가.’ 이런 질문이 나올 법하다. 정답은, 아직 모르겠다. 다만 현상은 안다. 이 같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은 크게 두 집단이다. 얄궂게도 한 축은 축산업 종사자들, 다른 한 축은 비건이다. 축산업 종사자들은 “고기가 빠졌는데 고기의 모양과 식감과 맛을 흉내 냈다고 고기의 지위를 부여하는 게 타당한 것이냐”고 따져 묻는다. 반대로 비건은 “어차피 고기가 아닌데 굳이 고기 흉내를 낸 음식이어야 하느냐”고 반문한다.

비건은 아니지만 그들의 의문에 동의한다. “굳이 ‘고기 맛’이어야 하는 것일까?” 시중에 출시된 대체육 식품을 적잖이 맛봤다. 이 글을 쓰는 중에도 대체육 식품을 떠올리면 특유의 향이 코끝을 스칠 만큼 익숙해졌다. 그리고 이내 ‘토마토 맛 떡갈비를 먹느니, 밍밍한 토마토를 먹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후위기, 윤리, 동물권 등 ‘대체육이 대세가 된 이유’에 대해 수긍하고 동의하지만 그게 ‘굳이’ 고기 맛이어야 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 질문에 적절한 답을 제시하는 것, 식물성 단백질 식품시장 성장의 실마리는 여기에 있을 듯하다.

문수정 산업부 차장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