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이야기’, 일명 ‘우행기’라 불리는 이 교회의 여름 수련회는 지난달 14~15일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됐다. 성도들은 자가용을 이용해서, 혹은 교회가 마련한 버스 20대에 몸을 싣고 강원도로 향했다. 참가 인원은 무려 730여명. 낙산해수욕장에 도착한 성도들은 줄다리기를 하고 기마전을 벌이고 이어달리기를 하면서 잊지 못할 여름날의 추억을 만들었다. 행사가 끝난 뒤 이 교회가 만든 네이버 카페엔 이런 글이 올라왔다.
“우리들의 행복한 이야기를 위해 사전답사를 꼼꼼하게 하고, 섬세하게 준비물에 간식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 감사만 넘치는 하루였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행복이 뭔지 모르겠다고 하던 아들이 ‘오늘 너무 행복했다’고 한 말에 울컥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함께하는 공동체
이색적인 여름 행사를 개최한 곳은 경기도 부천에 있는 성만교회(이찬용 목사)다. 우행기 외에도 성만교회가 성도들과 벌이는 프로젝트는 한두 개가 아니다. 코로나19 탓에 3년간 중단된 상태이지만 매년 어린이날이면 부천종합운동장 등지에서 열어온 ‘꿈을 먹고 살지요’가 대표적이다. 부천의 아이들을 위해 열리는 이 축제엔 한때 3만명 넘는 시민이 참가하기도 했다.
방학마다 열리는 ‘독서 마라톤’도 주목할 만하다. 아이들은 교회에 모여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고, 현장엔 면학 분위기를 위해 ‘감독관’까지 배치된다.
지난 4월 부천 원미구에는 ‘행복한 식당’이라는 독특한 가게가 문을 열었는데, 이곳도 성만교회가 운영하는 곳이다. 행복한 식당은 75세 이상 어르신에게 단돈 1000원만 받고 식사를 제공하는 가게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았다. 가게 문을 여는 날이면 매번 100명 넘는 손님이 가게를 찾는다고 한다.
성만교회는 왜 이런 프로젝트를 끊임없이 벌이는 걸까. 최근 성만교회에서 만난 이찬용(60) 목사는 목회 철학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목회 철학? 그런 거 없어요. 그냥 성도들이랑 재밌게 놀자는 게 저의 철학이에요. 저희 교회 슬로건은 ‘진지한 신앙 즐거운 생활’입니다. 교회는 성도들에게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어야 해요.”
그러면서 이 목사는 “교회는 공동체여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 성도들이 가족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어울리며 놀고 위로하고 격려하는 곳이 교회여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 목사가 강조하는 공동체 개념은 성만교회가 벌이는 거의 모든 사역에 담겨 있다. 그는 “교회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한 사람의 일생을 책임지는 곳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개한 것이 아이가 태어나 처음 교회에 나올 때 벌이는 행사인 ‘첫뜰밟기’다. 교인들은 아이의 첫 교회 나들이를 환영하기 위해 ‘용돈’을 준비하거나 기저귀 같은 육아용품을 선물한다. 아이들이 성장해 중학교를 졸업할 때면 성인식도 열어준다. 그즈음 아이들은 1박2일 일정으로 여행을 떠나고, 교회에서 준비한 각종 특강 프로그램에도 참가한다. 이 목사는 이런 프로그램들이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
“아이들에게 교회가 해줄 수 있는 건 하나라고 생각해요. 바로 어른이 돼서도 계속 곱씹게 되는 추억의 순간들을 만들어주는 거죠.”
“주님과 함께하면 언제나 천국”
경기도 양평에서 나고 자란 이 목사는 대기업에 다니던 직장인이었다. 목회자가 될 거라는 생각은 안중에도 없었다. 한데 20대 시절 겪은 절망과 고난의 시간이 그를 목사의 길로 이끌었다.
시작은 아버지의 사업 실패였다. 그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시궁창 냄새가 나는” 집으로 이사를 해야 했고, 이 목사는 7남매의 장남으로서 동생들을 건사해야 하는 막중한 부담까지 떠안아야 했다.
그러던 어느 토요일,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갑자기 기도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한다. 그는 인천의 한 야산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주님께 참회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 기도했다고 느꼈는데 시계를 보니 겨우 15분이 흘렀더군요.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주기도문을 계속 낭송했어요. 그렇게 30~40번쯤 주기도문을 말했더니 손등에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라고요.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나는 예수 없인 살 수 없구나. 나는 너무 작고 초라한 존재구나.’ 기도를 하면서 예수님께 도와달라고 거듭 외쳤어요. 그렇게 기도를 마치고 나니 예수님을 끝까지 믿겠다고 다짐을 하게 되더군요.”
이 목사는 직장을 그만두고 총회신학대학원, 연세대 연합신대원, 합동신학대학원에 차례로 진학해 신학을 공부했다. 부천의 한 상가에 성만교회를 개척한 날짜는 1993년 5월 13일이었다. 이 목사의 목회 철학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교회는 크게 부흥했다. 현재 성만교회 출석 인원은 2000명에 달한다.
“무모하게 벌인 일들이 많았지만 성도들의 사랑과 하나님의 은혜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믿음의 걸음’을 한 걸음씩 내디디면서 느낀 점은 주님과 함께하면 그곳이 어디든 천국이라는 겁니다. 신앙생활이란 게 별것 아닙니다. 주님과 함께하는 모험이 곧 신앙생활입니다.”
부천=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