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동안 속이 상해 잘 말하지 못하던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내 이름으로 나간 첫 기사다. ‘처음’은 누구에게나 꽤 큰 의미를 가지지 않나. 대단한 특종이라도 해야 평생 폼이 날 것만 같았다. 그러나 나의 첫 기록은 차량 안에서, 다른 것도 아닌 ‘발 냄새’ 때문에 벌어진 싸움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 이럴 수가. 인터넷 공간에 내 이름 석 자로 아로새겨진 가장 오래된 텍스트가 발 냄새에 대한 것이라니!
그런데 세상에는 이렇게 사소한 일로 시비를 다투는 일도 많고, 작지만 상당한 힘을 발휘하는 선행도 넘친다. 기사의 경중은 추천 알고리즘이 판단하는 시절이 됐고, 그러니 모든 쓰여진 사건은 이론적으로 보면 알고리즘 모델을 통과하기 전까진 같은 가중치를 지닌다.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사건이 없고 허투루 흘려보낼 이야기가 없다.
고르게 놓인 기사들의 추천 점수를 매기는 건 인공지능(AI)의 일일지 몰라도, 사건을 한 번 더 파고들어 가치를 찾아내는 건 사람이 잘한다. 일견 별것 아닌 해프닝으로 보여도 실은 그 안에 무척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을 수도 있다. 신간 ‘알고 있다는 착각’에서 소개하는 인류학의 연구방법론처럼 익숙한 장면을 조금이라도 낯설게 보려고 들면 퍽 중요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다. 콘텐츠에서뿐 아니다. 서비스를 기획할 때도, 상품 디자인을 할 때도, 동료를 사귈 때도, 추석 선물을 고를 때도, 낯설게 보는 법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고래 등장 장면처럼 특별한 발견의 순간을 선사한다.
AI 연구자로 커리어를 건너온 뒤에도, 투자 회사에 들어와 여러 창업 팀을 만나게 된 지금도, 마주하는 모든 이들에게 최대한 낯선 시선을 가지고 의견을 주려 한다. 나는 첫 기사의 소재가 조금 부끄러웠다. 그러나 사건이 지닌 순간적 솔깃함에서 멈추고 말았던 게 생각해보면 더 아쉽다. 정말 중요한 메시지들이 사건의 평면적 지형에 툭 하면 가려지는 요즘, 그 시절 생각이 많이 난다.
유재연 옐로우독 AI펠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