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는 왜 현대적인가… 모더니즘에 대한 우아한 논증

입력 2022-09-01 20:33

‘풀밭에서의 점심’ ‘올랭피아’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1832-1883)에 대한 깊고 열정적인 탐구서. 철학, 사회사상, 정치경제학을 공부하고 서양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 홍일립은 ‘인상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네를 불러내 모더니스트로, 현대회화의 출발점으로 재조명한다.

“마네를 인상주의 그룹의 범주 안에 가두어 둔다면 그의 전면목을 다 볼 수 없다. 마네는 회화의 근본 문제에 천착하여 전통적 예술세계에 도전했고 회화의 혁신을 추구한 당대의 아방가르드였다.”

이 책은 마네 회화의 현대성에 대한 치밀하고 우아한 논증이다. 이를 따라가다 보면 모호한 모더니즘 개념의 핵심에 닿게 된다.

마네의 대표작 ‘올랭피아’(1863년)는 현실에서 마주칠 법한 여성의 알몸을 그린 파격적인 시도였다. “르네상스 이후로 실존 여성을 현실적인 배경 앞에 놓고 그린 누드로는 거의 최초의 작품”이었고, 당시로서는 접해본 적이 없는 그림이었다.

조르주 바타유 등이 ‘올랭피아’를 현대회화의 효시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서양미술 전통에서 당연시되어온 회화의 규칙을 무시함과 동시에 금기를 과감히 깨버렸기 때문이다. 저자는 바타유를 비롯해 미셸 푸코, 클레멘트 그린버그 등의 비평을 두루 인용하며 마네 회화의 현대성에 접근한다. 그린버그는 “마네의 그림이 최초의 모더니즘 회화인 이유는 바로 회화 매체의 본질인 평면성, 그려진 화면 자체를 떳떳하게 주장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저자는 형식비평을 넘어 내용 분석으로 한 발 더 들어간다. 이를 통해 마네는 그림의 형식에서 만큼이나 주제와 내용 면에서도 혁신적인 변화를 몰고 왔음을 밝힌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