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윤석열정부의 첫 예산안에 대해 “참 비정한 예산안”이라고 비판했다. 당대표 취임 후 줄곧 협치를 강조하던 이 대표가 민생 문제를 앞세워 ‘윤석열정부 때리기’에 시동을 걸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30일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비정하다는 느낌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정부가 영구임대주택 관련 예산 5조6000억원을 삭감한 것을 거론하며 “안타까운 서민을 위한 예산을 늘리지는 못할망정 상상하지 못할 규모로 삭감한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경기지사 시절 중점적으로 시행했던 지역화폐 예산과 청년·노인 일자리 예산이 삭감된 것과 관련해 “고통받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걱정이 많다”면서 “철저하게 예산 심사에 임하고 입법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 워크숍에서도 “(정부의) 폭주나 독선, 독주에 대해 강력하게 야당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대표가 정부 정책을 구체적으로 비판한 것을 두고 당내에서는 본격적인 ‘정책 대결’이 시작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직전 대선에서는 패했지만, 민생을 챙기고 국민의 안전을 걱정하는 정치 지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아닌 이 대표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의원 워크숍에서 허위경력 기재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김건희 방지법’으로 명명하고, 관련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대여 공세를 강화했다. 민주당은 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탄핵 추진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 대표는 당 내부적으로는 친정 체제를 강화했다. 이 대표는 이날 당의 살림을 책임지고 당직자들을 통솔하는 사무총장에 친명(친이재명)계 중진인 조정식 의원을 임명했다.
경기 시흥을에서 내리 5선을 한 조 의원은 2014년 사무총장과 2019년 정책위의장 등을 지냈고, 이번이 두 번째 사무총장 임명이다. 조 사무총장은 2018년 경기지사 선거와 지난 대선 등을 거치며 친명계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박성준 대변인은 “정치 경험과 당 경험이 매우 풍부하고 당무와 정무, 정책을 두루 거쳤기 때문에 강한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이 되는 데 필요한 통합과 안정을 위한 사무총장의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정책위의장에는 현 정책위의장인 김성환 의원을 재선임했다. 당초 통합·탕평 인사를 위해 비명(비이재명)계 의원을 주요 당직에 선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일단 당 조직 정비에 무게를 두고 친명계 인사들을 선택했다.
이 대표는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당원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당원 존’을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당원들의 당사 출입이 용이하도록 ‘전자당원증’도 만들어 배포하도록 했다. 또 중앙당과 시도당 홈페이지에 당직자의 이름과 직책, 담당 업무 등을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지시는 당원 속으로 나아가 당원과 함께하는 민주당이 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당직자는 “이 대표 최대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을 확실히 챙기겠다는 이 대표의 의지가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욱 김승연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