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화해·일치”… 4000여명 화합 대장정 나서

입력 2022-09-01 03:02
전 세계 교회 관계자들이 31일 독일 카를스루에 콩그레스센터 가튼할레에서 열린 11차 세계교회협의회 총회 개막식에 참여하고 있다.

세계 교회의 유엔으로 불리는 세계교회협의회(WCC) 11차 총회가 31일(현지시간) 독일 카를스루에 콩그레스센터 가튼할레에서 개막했다. 총회엔 코로나19 팬데믹을 뚫고 전 세계 350여개 회원 교회에서 4000여명이 참석해 친교의 인사를 나누며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이자 자매임을 확인했다.

카를스루에엔 이날 새벽부터 독일의 오랜 가뭄을 달래는 듯한 비가 종일 내렸다. 총회장에서는 오랜만에 내린 단비가 11차 총회를 축복하고 있다는 인사가 넘쳤다. 보안 검사를 마치고 대형 회의장인 가튼할레에 들어온 참석자들은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며 코로나로 단절됐던 기간 동안의 안부를 물었다. 세계 교회는 이날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8일까지 9일간 화합의 대장정에 나선다.

총회는 아그네스 아붐 WCC 중앙위원회 의장이 무대에 올라 찬양 ‘키리에 엘레이손(주님 자비를 베푸소서)’을 부르면서 시작됐다. 참석자들은 하나둘 따라 불렀고 찬양은 순식간에 회의장을 감쌌다. 총회는 아붐 의장의 인사말로 공식 개막을 알렸다.

아붐 의장은 “그리스도의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고 성령은 우리가 담대하고 자유로워지도록 돕는다”면서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자유롭고 정의와 평화를 지향하며 예언자적인 삶을 사는 세계의 기독교인들 앞에 그 어떤 불의와 폭력, 전쟁도 무의미하다”고 선포했다. 사랑을 강조한 아붐 의장의 발언에 참석자들은 박수와 함성으로 화답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세상을 화해와 일치로 이끄신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총회는 사랑을 다룬 첫 번째 총회로 기록됐다. 참가자들도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전쟁과 기후 위기 같은 인류의 허다한 아픔과 상처, 세상의 악을 덮는다는 소망을 기도에 녹였다.

11차 총회는 유럽에서 열리는 세 번째 총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유럽에서 열린 총회인 만큼, 총회 기간 중 발표될 평화 메시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국교회는 ‘브루넨(우물)’에 홍보 부스를 설치하고 세계 교회와 교류에 나섰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과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대한성공회(성공회) 등 우리나라 회원 교회는 이번 총회에 200명에 달하는 방문단을 파견했다. 브루넨은 세계 기독교 관계자들의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마련된 소통의 장으로 2013년 부산 총회에서는 ‘마당’으로 명명됐다. 한국교회는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과 ‘한국교회 탄소 중립 2050 로드맵’을 소개하는 부스를 비롯해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모티브로 청년 빈곤 문제의 현실을 짚는 부스도 마련했다.

8명의 총회 대의원은 한국교회를 대표해 본회의에 참석한다. 850명 대의원은 총회 기간 중 WCC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중앙위원도 선출한다. 전체 150명인 중앙위원단 중 한국교회에는 2명의 중앙위원이 배정돼 있다.

각국 교인들과 만나는 행사도 줄을 잇는다. 예장통합은 4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루드비히스부르크교회에서 현지 교인들과 ‘평화의 띠 잇기’ 행사를 진행한다. 기장은 5일 카를스루에 세인트스테판성당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월요기도회를 연다.

카를스루에(독일)=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