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긴축에 증시 지각변동… 카카오 시총 ‘톱10’ 이탈

입력 2022-09-01 04:06

미국발 고강도 긴축으로 자본시장 불안이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 순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대표 성장주인 카카오의 시총이 31일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네이버는 9위에 겨우 턱걸이했다. 반면 2차전지와 신재생에너지 관련 종목은 약진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카카오의 시총은 32조6740억원을 기록하며 기아(32조7534억원)에 10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말 시총 6위였던 카카오는 11위(삼성전자 우선주 포함)로 내려앉았다.

또 다른 대표 성장주인 네이버의 시총은 39조3718억원으로 지난해 말(62조926억원) 대비 36.6% 감소했다. 당시 시총 순위는 3위였지만 지난 6월 말 5위로 떨어진 데 이어 2개월 만에 9위로 추락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11위→23위), 카카오페이(15위→45위)의 시총 순위도 크게 떨어졌다.

대형 성장주의 추락은 금리 인상 여파 탓이다. 이들 기업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언택트 테마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올해 봄부터 시작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미래 가치가 낮게 평가됐고 이는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에 올해 전체적으로 증시가 부진했지만 성장주들은 다른 종목에 비해 더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주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은 지난 29일에만 두 기업의 시총 3조원을 증발시켰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 발언 이후 미국 증시 급락 영향이 전해지며 금리 민감도가 높은 기술주 위주로 하락이 동조화됐다”고 분석했다. 이후에도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은 이어지고 있다. 연준의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이 현실화하고 있고 그에 따른 국내 기준금리도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커지면서 성장주의 고난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2차 전지와 신재생에너지 관련주는 시총이 성장했다. LG화학은 지난해 말 이후 9위 수준에 머물렀으나 배터리 소재 부문이 선전하면서 지난 6월 이후로 시총 순위가 6위까지 올랐다. 마찬가지로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케미칼은 2개월 만에 41위에서 22위로 급등했다. 신재생에너지 관련주로 분류되는 한화솔루션(47→37위)과 씨에스윈드(117→102위) 등도 약진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제정에 따른 세제 혜택 수혜가 예상된 데 따른 것이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