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합연습 끝나자마자 중·러 군사훈련… 北 도발 재개하나

입력 2022-09-01 04:03
경기 포천시 로드리게스 훈련장에서 31일 주한미군이 자주포 사격을 하고 있다. 이곳을 포함한 국내 각지 훈련장에서 이날 한·미 연합 실사격 훈련이 실시됐다. 연합뉴스

한·미 군 당국이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의 일환으로 전차포·박격포·헬기 실사격 등을 포함한 사단급 연합·합동 화력운용훈련(CJFCX)을 실시했다.

한미연합사단은 “29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이번 훈련은 한미연합사단 편성 이래 최초·최대 규모의 사단급 야외기동훈련으로, 훈련에 참가한 한·미 연합전력이 동일한 훈련통제계획을 바탕으로 연합·합동 화력운용 절차를 숙달했다”고 31일 밝혔다. 2015년 창설된 한미연합사단은 한·미 육군의 연합 군사조직으로, 양국의 여단급 병력이 단일 지휘체계 아래 하나의 사단으로 편제된 세계 유일의 부대다.

이날 국내 각지 훈련장에서는 연합작전 수행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한·미 연합 실사격 훈련이 실시됐다. 경기 포천시 로드리게스 훈련장에선 전차포·박격포 사격, 전북 군산시의 직도 사격장에선 아파치 헬기의 ‘헬파이어’ 미사일 실사격 훈련이 진행됐다. 강원 강릉시의 하시동 사격장에선 다연장 로켓(MLRS) 실사격이 이뤄졌고, 경기 파주시 스토리 사격장에선 하차 보병 전투 및 박격포 실사격 훈련이 진행됐다.

지난 22일부터 진행된 UFS는 9월 1일 종료된다. UFS 기간에 무력시위 없이 선전매체를 통한 비난전만 이어간 북한이 1일 이후 중·러 연합 군사훈련을 계기로 본격적인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와 중국 해군은 ‘보스토크(동방)-2022’ 훈련 기간(9월 1~7일)에 동해상에서 합동작전 훈련을 수행한다. 이번에 중국은 러시아에서 열리는 다국적 훈련 사상 최초로 육·해·공군을 동시 파견한다.

한·미 연합연습이 종료되는 날과 맞물려 중·러가 동해에서 군사훈련을 시작하면서 9월 첫째 주가 ‘한반도 위기의 한 주’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북한이 중·러 군사훈련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이 시기를 활용해 전략·전술무기 시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군사적 행동에 나선다면 시기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한·미 연합연습 대응 차원이라는 명분을 챙기면서 북·중·러 공동전선 안에서 북한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3년 만에 남측의 민방위에 해당하는 노농적위군 지휘관들을 한자리에 불러 전투준비태세를 점검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제6차 노농적위군 지휘성원 회의가 29일과 30일 평양의 4·25문화회관에서 진행됐다”며 “향토방위의 기본 역량인 노농적위군의 작전전투 능력을 더욱 높이기 위함”이라고 보도했다.

이 회의도 한·미 연합연습을 겨냥해 소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UFS 종료 즈음에 북한이 전투 병력의 기초 단위에 해당하는 노농적위군을 독려한 것이 대남·대미 도발을 앞둔 일종의 ‘몸풀기’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정우진 신용일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