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위축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 지표인 미분양 주택 수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7월 미분양 주택은 지난 6월에 비해 10% 이상 급증했다. 특히 지방에서 미분양이 급증하는 점이 눈에 띈다. 고금리 상황을 고려하면 당분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7월 미분양 주택 수는 3만1284가구로 6월 2만7910가구보다 12.1% 증가했다. 미분양 주택은 대부분 지방에 집중됐다. 수도권 외 지역에서 2만6755가구로 전체의 85.5%를 차지했다. 지방 미분양 주택은 증가 속도도 가팔라 전월 대비 14.1%가 늘었다.
집을 다 지은 뒤에도 분양이 되지 않는 사례도 늘고 있다. 7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7388가구로 6월의 7130가구보다 3.6% 증가했다. 거래가 뚝 끊긴 최근 주택 시장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로 읽힌다. 7월 주택 거래는 3만9700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5.5% 급감했다. 주택 거래는 지난해 10월 이후 계속해서 줄고 있다. 공급 물량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닌데도 매매가 급감하는 추세가 이어진다. 올해 준공 물량을 가늠할 수 있는 3년 전 인허가 실적을 보면 48만여 가구로 최근 5년 사이 두 번째로 적었다.
매매와 달리 월세 시장은 호황이다. 7월 월세 거래량은 10만6115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6% 급증했다. 매매처럼 거래량이 감소한 전세와 대비된다. 금리가 급등하면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진 점이 월세 시장 호황을 불러왔다. 목돈이 필요한 매매나 전세 대신 월세를 사는 게 고금리를 부담하는 것보다 낫다는 인식이 소비자들에게 퍼졌기 때문이다.
주택 가격 하락세가 계속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도 눈에 띈다. 지난 1~7월 누적 주택 인허가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 늘어난 29만5855가구로 집계됐다. 이 중 수도권 외 지역의 주택 인허가 실적은 최근 5년간 가장 많았다. 인허가부터 준공까지 평균 3년이 걸리므로 2025년에는 신규 주택이 대규모 공급되면서 지방 부동산 시장이 더 위축될 수 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