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새 12% 급증 ‘미분양 공포’… 지방 증가 속도 더 가팔라

입력 2022-09-01 04:04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전망 등의 영향으로 주택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미분양 주택이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31일 서울 인왕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와 주택가 모습. 연합뉴스

부동산 시장 위축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 지표인 미분양 주택 수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7월 미분양 주택은 지난 6월에 비해 10% 이상 급증했다. 특히 지방에서 미분양이 급증하는 점이 눈에 띈다. 고금리 상황을 고려하면 당분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7월 미분양 주택 수는 3만1284가구로 6월 2만7910가구보다 12.1% 증가했다. 미분양 주택은 대부분 지방에 집중됐다. 수도권 외 지역에서 2만6755가구로 전체의 85.5%를 차지했다. 지방 미분양 주택은 증가 속도도 가팔라 전월 대비 14.1%가 늘었다.

집을 다 지은 뒤에도 분양이 되지 않는 사례도 늘고 있다. 7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7388가구로 6월의 7130가구보다 3.6% 증가했다. 거래가 뚝 끊긴 최근 주택 시장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로 읽힌다. 7월 주택 거래는 3만9700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5.5% 급감했다. 주택 거래는 지난해 10월 이후 계속해서 줄고 있다. 공급 물량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닌데도 매매가 급감하는 추세가 이어진다. 올해 준공 물량을 가늠할 수 있는 3년 전 인허가 실적을 보면 48만여 가구로 최근 5년 사이 두 번째로 적었다.


매매와 달리 월세 시장은 호황이다. 7월 월세 거래량은 10만6115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6% 급증했다. 매매처럼 거래량이 감소한 전세와 대비된다. 금리가 급등하면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진 점이 월세 시장 호황을 불러왔다. 목돈이 필요한 매매나 전세 대신 월세를 사는 게 고금리를 부담하는 것보다 낫다는 인식이 소비자들에게 퍼졌기 때문이다.

주택 가격 하락세가 계속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도 눈에 띈다. 지난 1~7월 누적 주택 인허가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 늘어난 29만5855가구로 집계됐다. 이 중 수도권 외 지역의 주택 인허가 실적은 최근 5년간 가장 많았다. 인허가부터 준공까지 평균 3년이 걸리므로 2025년에는 신규 주택이 대규모 공급되면서 지방 부동산 시장이 더 위축될 수 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