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커지는 ‘S 공포’… 생산·소비도 꽁꽁 얼었다

입력 2022-09-01 04:09

기업 창고에 재고가 쌓이고 소비자는 지갑을 닫는 등 경기 회복세 둔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소비·생산·투자가 모두 감소하는 ‘트리플 감소’가 관찰됐다. 연초부터 계속되는 고물가에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하반기 경기 전망은 더 불확실해졌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7월 전산업생산은 6월 대비 0.1% 감소했다. 특히 플래시메모리·D램 등 반도체(-3.4%)와 반도체조립 장비·웨이퍼 가공 장비 등 기계장비(-3.4%) 생산 감소가 두드러졌다.

생산이 줄었음에도 재고는 쌓이고 있다. 반도체(12.3%), 화학제품(2.1%), 기계장비(1.7%) 등 제조업 재고는 전월 대비 1.4% 증가했다. 출하량 대비 재고량을 의미하는 재고율은 125.5%로 2년 2개월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반도체 재고가 쌓이고 있다. 중국 봉쇄 조치의 여파 등으로 수요가 주춤하면서 스마트폰 등 전방 산업도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설비투자도 위축되고 있다. 운송장비(-6.9%), 기계류(-2.1%) 등의 투자가 줄어 전월 대비 3.2% 감소했다.

고물가 상황이 계속되면서 소비마저 위축되는 모양새다. 7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3% 감소했다. 5개월 연속 소매판매가 감소한 것은 1995년 해당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특히 면세점(-17.9%) 대형마트(-3.6%) 편의점(-0.9%) 등의 판매 감소가 두드러졌다.

다만 통계청은 서비스 소비를 포함하는 전체 소비 회복세는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소매판매는 재화 판매만을 측정해 전체 소비 흐름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전체 소비에서 재화는 43%, 서비스는 56% 비중을 차지한다. 소매판매가 소비 전체 데이터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7월 서비스업 생산은 숙박·음식점(4.4%), 도소매(0.8%) 등에서 증가해 전월 대비 0.3% 늘었다.

그럼에도 장기화한 우크라이나 사태, 미국의 긴축정책 등 대외 불안요인이 남아있어 하반기 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기는 어렵다.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7월 99.4로 전월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은 비용 상승과 관련 있다.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등 비용 하락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지금과 같은 상황이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