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게 세대간 문제라고?… “엉터리”

입력 2022-09-01 20:32
게티이미지

사회적 문제가 세대 갈등의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은 지금 시대의 한 특징이다. 젊은이들은 나이 든 세대를 ‘꿀 빤 세대’로 비하하면서 자신은 ‘저주받은 세대’라고 한탄한다. 기성세대는 요즘 젊은 직장인들의 ‘무개념’을 성토하고, 그 반대편에선 ‘꼰대론’이 퍼진다. 정치권에선 ‘86세대 용퇴론’이 나오고 ‘청년정치’가 혁신으로 여겨진다. 노인층과 30~40대의 투표는 극단적으로 갈려 서로 분노를 쏟아낸다.

낮은 출산율을 분석할 때도, 달라진 직장문화를 얘기할 때도, 정치에 대한 신뢰를 논할 때도 “세대가 문제” “세대의 문제”라는 얘기가 자주 나온다. ‘세대 감각’은 이런 세대 담론의 허위를 파헤치는 책이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정책연구소 소장으로 여론조사 전문가인 바비 더피는 지난 50년간 전 세계에서 이뤄진 대규모 설문조사들을 동원해 현재 통용되는 세대론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우리의 세대 감각이 얼마나 오염됐는지 드러낸다.


먼저 세대별 재산 격차를 보자. 베이비부머 세대는 운이 좋아서 재산을 축적했고 밀레니얼세대는 게으르거나 소비가 심해서 가난하다는 얘기는 맞는가. 저자는 1983년 잡지 ‘머니’에 실린 “베이비부머, 그들은 부모만큼 잘살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여준다. ‘운 좋은 세대’로 불리는 베이비부머에게도 진보가 당연하거나 쉬운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지금 젊은 세대의 수입이 나이 든 세대가 젊었을 때 올리던 수입보다 낮아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갑자기 벌어진 일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 소득 정체 현상은 밀레니얼세대가 아닌 X세대부터 시작됐다.


저자는 젊은 세대의 빈곤이 수십 년간 진행된 불평등 때문임을 알려준다. “지난 몇십 년간 여러 나라에서 일어난 주요한 경제적 변화는 소득보다 자산이 훨씬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이다. 특히 주택 가격 상승이 이런 추세를 주도했다.” 그러다 보니 자산을 가진 나이 든 집단에 부가 집중되는 결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재산 축적의 세대별 격차 대부분은 지난 몇십 년에 걸친 주택 가격의 엄청난 상승 때문이다.

세대론에 기댄 분석은 정확하지 않을뿐더러 진짜 원인을 가려버린다. 주택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금 젊은 세대는 주택 보유율이 낮고 앞으로도 내 집을 가질 수 없다는 절망감이 크다. 그 절망감은 기성세대에 대한 분노로 향하기도 한다.

하지만 주택 보유 수준은 정책들과 변화하는 경제 상황의 상호 작용에 좌우된다. 미국의 경우, 나이 든 세대는 느슨한 규제와 대출 이자에 대한 세금 감면에서 혜택을 봤다. 담보 대출이 어려워지고 자기부담금이 늘어나면서 지금의 젊은이들은 주택을 갖기가 이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학자금 대출이 늘어난 것도 젊은이들의 주택 보유율이 하락한 원인 중 하나다.

젊은이들의 고용 문제도 따져본다. 저자는 사회 전체적으로 고용 안정성이 낮아지는 추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졌고, 젊은 세대가 이런 추세의 희생자가 됐다고 본다. 그들은 커리어의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에 나이 든 세대보다 비정규적이거나 불안한 자리에서 일할 가능성이 높다. 2008년 금융위기나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경기 침체, 노동의 구조적 변화도 가장 먼저 젊은 노동자들을 강타한다.

저자는 “세대 신화의 문제는 교육이나 일에서 일어난 최근의 이례적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적 변화는 “코호트, 생애 주기, 시대 영향의 복잡한 혼합물”이라며 모든 문제를 연령을 기준으로 한 코호트의 영향으로 환원하는 유행을 비판한다.

우리는 성생활, 출생률, 혼인율 하락의 책임을 젊은 세대에 돌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출생률 급감은 이 세대의 특징이라는 코호트 영향으로만 봐선 안 된다. 지난 몇십 년간의 큰 변화들이 주도한 장기적 추세의 결과, 즉 시대의 영향을 고려해야 제대로 풀 수 있다.

저자는 세대론이 정치에서 비중을 높여가는 현상에도 주목한다. 연령이 투표성향을 가르는 결정적 기준이 되면서 세대는 정치의 키워드가 됐다. 특히 젊은 세대의 정치에 대한 불신을 연료로 한 청년정치가 부상하고 있다. 영국이나 호주 등 여러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다.

저자는 정치에 대한 신뢰 상실은 오래된 현상이고 젊은 세대만의 특징도 아니라고 얘기한다. “정치인에 대한 신뢰 수준과 그 전반적 패턴은 유럽 20개국에 걸쳐 비슷하다. 지난 16년 동안 일관되게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세대별 격차가 크지 않다.” 그는 “세대의 차이에 대한 과장된 묘사가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고 있다”며 “특정 연령 집단의 지지에 의존하는 정당의 추세는 위험을 불러온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부정확하거나 과장된 세대 담론이 세대 간 분열을 강화하고 사회적 계약을 위태롭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고 본다. 그러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세대 간 유대’의 중요성을 환기한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