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신학교 채용 때 세례 요구도 못하는 ‘차금법’

입력 2022-09-01 03:03
복음법률가회와 복음경제인회준비위원회가 31일 서울 강남구 한신인터밸리 세미나실에서 연 ‘차별금지법이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 세미나에서 한정화 명예교수(맨 왼쪽)가 차별금지법 제정이 초래할 기업 경영과 고용 환경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법률, 경제, 경영 전문가들이 국회에서 입법 논의 중인 포괄적 차별금지법(차금법)이 한국교회가 운영 중인 각 교단 신학교 채용 절차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일반 기업의 경영 활동과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복음법률가회(조배숙 상임대표)와 복음경제인회준비위원회(한정화 대표)는 31일 서울 강남구 한신인터밸리에서 ‘차별금지법이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전 총신대 신학대학원 이상원 교수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통합 등 한국교회 5개 교단의 헌법과 각 교단이 운영 중인 신학대학교 정관을 살펴보며 차금법과 유사한 내용으로 윤미향 의원이 지난해 9월 대표 발의한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될 경우 상충될 문제점을 짚었다.

채용에 있어 종교에 따른 차별을 금하는 윤 의원의 법안은 개신교단의 정체성이자 큰 줄기인 성경의 배타성과 유일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교단 헌법과 신학대 정관에서는 성경이 유일한 권위를 가진 경전이며,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이 유일한 하나님이라 말하고 기독교에만 구원이 있다고 정한다”며 “또 채용대상자에게 기독교 세례나 교단의 특별한 과정을 거칠 것을 요구하고, 이단을 배제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는 종교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윤 의원의 법안과 충돌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교리에 따라 동성혼, 근친혼, 일부다처 등을 금지한 점도 성별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로 정한 윤 의원의 법안과 충돌해 기독교 사학의 설립 목적과 정체성이 침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차금법이 기독교계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역차별을 초래하는 세부 규정으로 인해 일반 기업의 경영 활동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정화 한양대 명예교수(경영학)는 차금법이 규제 기준으로 삼는 ‘혐오’와 ‘차별’이 지닌 불명확성의 문제를 들어 경영활동의 자율성 저해를 우려했다. 한 교수는 “경영현장에서는 분별과 차별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를 법적 기준에 의해 판단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기업인의 인적자원관리에 관한 합리적 의사결정권을 침해해 기업 생존을 어렵게 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미 부당한 차별을 막기 위한 다양한 법이 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혐오표현 등 명확성이 결여된 내용을 법으로 규정한다면, 고용주는 정당한 경영상 의사결정도 차별받았다고 주장하는 피고용인에게 고소·고발 당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이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 부담으로 이어져 경영활동에 장애가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승욱 중앙대 명예교수(경제학)는 차금법이 결국 역차별을 불러와 근로자뿐 아니라 기업 전체 구성원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자본주의 핵심인 합리적인 차별과 그 반대의 불합리한 차별을 구분해야 한다”며 “유사한 노동을 하지만 노동의 결과가 다른 것에 따른 차등 지급은 정당한 보상임에도 이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음선필 홍익대 법대 교수는 차금법이 직업의 자유와 영세업자의 영업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고 봤고, 실제로 기업을 경영하는 이대식 전 CBMC(한국기독실업인회) 회장은 토론자로 나서 차금법이 녹록지 않은 현 경영 현장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