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사랑하는 디즈니 음악을 통해 전 세대가 클래식 음악과 가까워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어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랑랑(40)이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음악을 편곡해 피아노곡으로 재탄생 시켰다. 독일 베를린에 머무는 랑랑은 30일 한국 언론과 화상 인터뷰에서 오는 16일 발매되는 ‘디즈니 북’(The Disney Book)을 “오랫동안 꿈꿔온 앨범이자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들려주고픈 음반”이라고 소개했다.
‘디즈니 북’은 디즈니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도이치 그라모폰과 디즈니 뮤직 그룹이 손잡고 발매하는 음반이다. ‘백설공주’ ‘아기돼지 삼형제’ ‘피노키오’ 등 초창기 작품부터 ‘코코’ ‘겨울왕국’ ‘소울’ ‘엔칸토’ 등 최신작까지 폭넓게 담겼다. 스티븐 휴, 나탈리 테넨바움, 랜디 커버 등 정상급 편곡자들이 참여해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27곡을 클래식한 피아노곡으로 편곡했다.
“저는 디즈니 음악이 쇼팽, 드뷔시, 라흐마니노프 같은 유명 클래식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곡이 되길 원했습니다. 편곡과 녹음에 4년이 걸리는 등 쉽지 않았습니다.”
흔히 크로스오버는 클래식 음악을 팝 스타일로 바꾸는 것인데, 이 음반은 정반대다. 랑랑은 이날 인터뷰 도중 피아노 연주를 해 보이며 원곡을 어떤 느낌으로 해석했는지 보여줬다. ‘정글북’은 모던재즈, ‘라이온킹’과 ‘덤보’는 드뷔시, ‘겨울왕국’은 라흐마니노프, ‘소울’은 재즈 스타일로 각각 편곡돼 원곡과 다른 느낌을 준다.
랑랑은 “이번 앨범은 녹음한 뒤 악보를 절반 이상 새롭게 고쳤다”면서 “악보에서 음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이어 “반면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많은 곡이 나오기 때문에 이번 앨범에 넣을 곡을 선정하는 게 정말 어려웠다”고 웃었다.
‘디즈니 북’에는 세계적인 보컬리스트가 여럿 참여했다.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가 ‘타잔’의 주제곡 ‘유일 비 인 마이 하트’(You’ll Be In My Heart)를 불렀으며, 올해 그래미 어워즈 수상자인 싱어송라이터 존 바티스트가 ‘소울’의 ‘잇츠 올 라잇’(It’s All Right)을 랑랑과 함께 연주하며 노래했다. 랑랑의 아내이자 한국계 독일 피아니스트인 지나 앨리스는 ‘피노키오’ 주제가 ‘웬 유 위시 어폰 어 스타’(When You Wish Upon A Star)를 영어와 한국어로 불렀는데, 이 곡은 랑랑 부부가 지난해 태어난 아들에게 헌정했다. 랑랑은 “누구나 디즈니의 곡을 접하는 순간이 있다. 나는 ‘아기돼지 삼형제’에 나오는 곡이었다. 성장하면서 ‘라이온킹’ ‘토이스토리’ ‘코코’를 좋아하게 됐다. 우리 아들은 지금 ‘아기돼지 삼형제’의 곡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디즈니 북’은 랑랑국제음악재단의 음악 교육 프로젝트 일환으로 2019년 발매된 ‘피아노 북’과 궤를 같이한다. ‘피아노 북’은 랑랑의 음악 여정에서 의미 있는 곡을 모아 젊은 음악가를 격려하는 프로젝트였다. 랑랑이 2008년 미국에 세운 랑랑국제음악재단은 피아노에 재능을 가진 어린이들이 전문 피아니스트가 되도록 돕는다.
“어린이들이 제게 디즈니 노래를 연주해 달라고 해도 제대로 연주하는 게 ‘겨울왕국’뿐이었는데, 이번 음반 덕분에 더 다양한 곡을 연주할 수 있게 됐어요.”
랑랑의 한국 공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르면 올해가 될 수도 있지만, 내년 여름 정도가 유력하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