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이 됐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2위 캐머런 스미스(호주)가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이 후원하는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로 전격 이적한다.
LIV 골프의 커미셔너인 그렉 노먼은 30일(현지시간) 스미스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스미스는 2일부터 사흘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열리는 리브 골프 시리즈 네 번째 대회에 출전한다.
세계랭킹 10위 이내의 선수가 LIV행을 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엔 더스틴 존슨(미국)이 22위로 가장 높았다. 스미스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6승을 거둔 선수다. 올 시즌엔 지난 3월 제5의 메이저 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과 메이저 대회인 디오픈에서 우승하며 세계 랭킹을 2위까지 끌어올렸다.
스미스의 LIV 합류설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디오픈 등 대회의 기자회견마다 관련 질문이 쏟아졌지만, 스미스는 확답을 피했다. 디오픈 우승 직후에도 “LIV 골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방금 우승했는데 그걸 묻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스미스의 이적은 충격적이다. 이전엔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 선수들이 LIV 골프를 선택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실제로 부상 직후 기량을 뽐내지 못하거나 나이가 많은 선수들이 LIV행을 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스미스는 메이저 대회를 비롯해 올 시즌에만 3승을 챙기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나이도 29살로 젊은 축에 속하고 부상도 없다.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선수가 LIV행을 택한 것이다.
스미스는 이적 발표 후 골프 다이제스트와 인터뷰에서 “비즈니스적인 결정이었고 무시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적료도 있지만, 리브에 합류한 가장 큰 이유는 일정이 매력적이라는 점”이라며 “1년에 최대 3개월을 호주의 집에서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스미스는 LIV 골프로부터 1억 달러 이상의 돈을 보장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LIV 골프는 이날 스미스와 함께 호아킨 니만(칠레), 마크 레시먼(호주), 해럴드 바너 3세(미국), 아니르반 라히리(인도), 캐머런 트링갤리(미국)도 합류한다고 밝혔다. 니만의 이탈도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세계랭킹 19위에 나이도 24살에 불과한 니만은 남미를 대표하는 스타 골퍼다.
LIV는 이번 영입으로 존슨, 브룩스 켑카, 패트릭 리드 등에 이어 ‘빅 네임’을 추가하며 세 확장에 성공했다. 노먼은 “LIV 골프는 우리가 다음세대를 위한 미래로 골프를 성장시킬 것을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고 자평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