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 어획쿼터 제한에 “1억원어치 버렸다”… 강원도 어민들 눈물

입력 2022-09-01 04:03
2019년 6월 강원도 고성군 가진항 앞바다에 설치된 정치망에 잡힌 무게 180㎏의 참다랑어. 이 참다랑어는 420만원에 위판됐다. 강원도환동해본부 제공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으로 동해에서 참치(참다랑어) 어획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허용된 참치 어획량이 턱없이 부족해 잡힌 참치 대부분이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

강릉시정치망협회장인 김철곤(50)씨는 최근 강릉시 사천면 연안 어장에 설치한 정치망에서 참치를 하루에 적게는 5t에서 많게는 20t까지 잡고 있다. 정치망은 바다에 고정해 놓고 물고기를 잡는 그물이다.

하지만 참치 쿼터량 때문에 잡은 참다랑어 대부분을 바다에 버리는 상황이다. 김씨는 “최근 많은 참다랑어를 잡았지만 쿼터량을 초과해 1억원에 달하는 참치를 바다에 버렸다”며 “한 번 잡힌 참치는 대부분 죽는다. 폐사한 참치가 해안으로 밀려와 피해를 줄까 봐 연안과 10㎞까지 떨어진 먼바다에 가서 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십t에 달하는 참치를 배 위로 끌어 올리는 것도 일이지만 먼바다에 나가서 시간과 인력, 기름까지 더 들여가며 참치를 버려야 하는 게 더 고통”이라며 “그물에 잡힌 참치를 볼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말했다.

동해안 연안에서 잡히는 참치량은 매년 증가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쿼터량 때문에 참치가 많이 잡히면 잡힐수록 어민 피해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죽은 참치가 바다에 버려지면서 해양오염도 우려된다. 강원도환동해본부에 따르면 참치는 2018년 동해안에서 처음 잡히기 시작했다. 이후 2019년 28t, 2020년 31t, 지난해 39t으로 매년 어획량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참치는 국제기구인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 협약에 따라 국가별 어획 쿼터량이 정해져 쿼터량을 초과한 참치를 어획할 수 없다. 강원도 쿼터량은 2019년 33t에서 2020년 32t, 2021년 44t, 올해 61t이다. 올해 국내에서 잡을 수 있는 참치량은 870t으로 이중 부산지역 대형선망이 713t, 경북도가 74.4t, 강원도가 61t 등을 배정받았다.

어민들은 매년 늘어나는 어획량에 따라 쿼터량을 더 배정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어민들은 “정부가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로부터 더 많은 쿼터량을 배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배정받은 물량을 지역별로 골고루 분배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도도환동해본부 관계자는 “애초 올해 도에 배정된 쿼터량은 24.4t이었으나 빠르게 소진됨에 따라 해양수산부에 요청해 두 차례 쿼터 물량을 추가 배정받았다”며 “강원도가 배정받은 쿼터량을 더 늘릴 수 있도록 해수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릉=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