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 중부지방에 115년 만에 쏟아진 500㎜ 이상의 최악의 폭우로 20명이 사망·실종되고 1560가구 2648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국민들은 폭우로 인해 예상치 못한 죽음을 맞고 일순간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다. 가장 피해가 컸던 반지하 주택 거주자는 물론 반복적으로 수해 피해를 입은 당사자 입장에선 되풀이되는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같은 정부의 수해 복구 방식에 손을 들어줄 리가 없다.
수해 피해가 발생하면 정부는 특별재난지역 선포, 긴급구호물품 이재민 제공, 수해 복구 성금 기탁, 위로금 전달, 세금 징수 유예, 금융지원 체계 마련, 군 수해 복구 지원 등을 벌인다. 시스템화돼 있고, 지원 체계도 반복된다. 각종 재난으로 인한 피해 복구비만도 연평균 4조원 넘게 소요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삶의 터전을 보존하고 수해 피해를 최대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반복되는 수해 피해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 예방적이고 전문적인 시스템으로 재난 대책을 확보해야 한다는 말이다.
독일은 재난 안전에 관심이 많은 나라 중 하나다. 실제로 독일에서 가장 신뢰받는 직업 종사자 순위는 소방관, 구급대원, 간호사, 의사 등으로 재난 안전이나 질병 관리와 같이 생명과 안전을 위해 일하는 직업군이 존경받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라인강의 기적’을 이루던 때에도 물질만능주의에 빠지지 않고 위험이나 재난을 고려한 안전 중시 문화로 성장했다. 독일의 경우 지난 수십년간 크고 작은 자연 재해나 교통사고가 있었지만 한국처럼 수백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대형 참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철저한 사전 대비를 통해 비상 계획을 세우기 때문이다.
독일은 재난 관리의 일차적 책임이 기초지방자치단체와 주정부에 있으며, 기초지자체나 주정부의 역량이 초과하는 경우 연방정부가 개입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문제는 사람이다. 재난 체계와 시스템은 제도적으로 쉽게 만들 수 있다. 인적 자원 양성은 그렇지 않다. 교육을 통한 지적 능력 습득과 통찰력, 사물과 사건을 꿰뚫어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난 재난 상황에서 경기도 거주자 1358만명의 안전을 책임진 201명(8월 기준)의 ‘방재안전직’이 있다. 현재 기초지자체에 배치된 방재 전문요원으로는 터무니없는 숫자였지만 그들의 역할은 컸다. 2002년 태풍 루사 때 246명이 사망·실종된 것에 비하면 이번 피해는 작았다. 방재요원의 정원을 늘리고 능력을 더 배양했더라면 20명의 귀중한 생명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인명과 재산 보호 등을 위해 전문가적 역할이 강조되는 현재, 기초단체별 방재안전직 2~3명은 턱없이 부족하다. 지금이라도 재난 관리자의 역량과 정원을 더욱더 확대시켜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권재 오산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