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시 모산동과 송학면 경계의 용두산(龍頭山·873m)은 제천의 진산이다. 삼한시대 3대 수리시설로 꼽히는 의림지와 비룡담저수지(제2의림지), 솔밭공원, 제천비행장(모산비행장) 등을 남녘 자락에 펼치고 있다. 산기슭에서 흘러내린 물이 용두천을 이루며 비룡담을 거쳐 의림지로 흘러든다. 강원도 평창강 장곡취수장을 시작으로 의림지와 비룡담을 지나 장평천까지 이어지는 100리(40여㎞) 물길도 조성돼 있다.
‘힐링과 치유의 도시’에 걸맞게 의림지에 한방치유숲길이 2020년 12월 8일 개장했다. 한방생태숲을 중심으로 피재골 주변 수려한 경관을 감상하며 순환할 수 있는 7.5㎞ 길이 숲길이다. 수변으로 난 데크 길이 아름답다. 지난해 말 데크 길 중간쯤에 가로 30m, 높이 15m 규모의 성(城) 모양 루미나리에 구조물이 들어서 화려한 야경을 자랑한다. 저수지 물 위로 조명시설의 다양한 빛과 모습이 반영되며 동화 속 왕국 같은 분위기를 선사한다. 둑길에는 편안하게 앉아 저수지를 바라보기 좋은 벤치들이 놓여 있고 조명도 설치돼 야간 놀이동산에 온 것 같다. 비룡담 바로 아래는 솔밭공원이다.
의림지에도 약 2㎞의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길을 따라가면 영호정도 나오고 경호루도 만난다. 경호루 뒤에 있는 30m 높이 용추폭포는 의림지의 새로운 상징이 됐다. 이무기가 용이 돼 승천하지 못하고 터져 죽어 만들어진 폭포란다. 폭포 위에는 투명 유리 바닥으로 마감한 인도교가 있다. 용추폭포와 인도교에도 경관조명이 설치돼 운치 있는 밤 풍경을 펼쳐놓는다.
의림지 아래로는 의림지뜰을 관통해 시내까지 2.3㎞ ‘삼한의 초록길’이 이어진다. 에코브리지 주변 논 그림이 인상적이다. 오는 10월 8일 의림지와 삼한의 초록길 일원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걷기대회 ‘삼한의 초록길 전 국민 대행진’이 진행된다. 의림지 역사박물관을 출발, 청전뜰 삼한의 초록길을 왕복하는 약 6.7㎞ 구간이다.
시내로 들어서면 모산동과 고암동에 걸쳐 있는 18만여㎡ 규모의 제천비행장(모산비행장)이 있다. 1950년대 비행훈련장으로 건설됐다. 1180m 길이의 활주로가 75년 콘크리트로 포장됐다. 이후 산불 진화 헬기나 닥터헬기 등의 이착륙은 있었지만 훈련 목적의 항공기(전투기) 이착륙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04년 활주로는 개방됐다. 2016년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 촬영으로 유명해졌다. 현재는 인근 주민들의 산책이나 운동 장소로 이용된다. 군 공항이지만 40여년 항공기의 이착륙이 이뤄지지 않아 민간주도의 반환운동이 이어져 왔다. 군사 목적 용도를 폐쇄하는 방안이 확정돼 시민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활주로 좌우로 꽃정원이 조성돼 있다. 노란 해바라기가 활짝 펴 황금물결을 이루고, 보랏빛 버들마편초와 백일홍이 만개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춤을 춘다.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가을이 내려앉았다.
송학면 포전리 용두산의 동남향 사면 608m 병풍바위 끝부분에 원시 주거지인 점말동굴이 있다. 점말동굴 유적은 남한지역에서 최초로 확인된 구석기시대 동굴유적이다. 동굴을 중심으로 근처에 6개의 가지굴이 발달돼 있다. 1973~80년 연세대 박물관이 8차례 발굴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기·중기·후기 구석기문화의 뚜렷한 3개 문화층이 확인됐다. 동굴의 규모는 입구 너비 2~3m이고, 굴 안쪽이 막혀 있어 전체 길이는 확인할 수 없으나 현재 확인된 길이는 12~13m 정도다.
이 동굴유적에선 털코뿔이·동굴곰·짧은꼬리 원숭이 등의 동물화석 20종과 석기·예술품 및 식물화석 등 구석기시대 자연환경·생활상·기술발달과정 등을 밝히는 데 중요한 고고학적 유물이 발견됐다. 동굴 외벽엔 많은 각자(刻字)가 있다. 신라통일의 원동력이 된 화랑들의 수행처로 재평가되고 있다.
동굴 초입에 ‘잠자고 있던 구석기시대 유물에 숨결을 불어넣다’는 주제로 ‘점말동굴 체험관’이 건립 중이다. 구석기시대 동굴 내에서 생활상과 자연환경 등을 입체영상으로 제작하고 내부의 전시물을 실감 높은 교육용 콘텐츠로 구성할 계획이다.
여행메모
의림지 일대 건강 먹거리 식당·카페 즐비
점말동굴 진입로·무료 주차장 조성
의림지 일대 건강 먹거리 식당·카페 즐비
점말동굴 진입로·무료 주차장 조성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제천 의림지 일대로 가려면 중앙고속도로 제천나들목에서 빠지면 된다. 솔밭공원 주변에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용두산 산행은 비룡담저수지쪽으로 올라가면서 시작된다. 주차장에서 1100여m 올라가면 만나는 용담사 바로 아래에도 10여대 주차할 만한 공간이 있다.
솔밭공원과 용두산 입구에는 토속음식과 꿩 염소 오리 등의 요리를 파는 음식점이 많다. 의림지 주변엔 건강한 먹거리를 내세우는 식당과 카페가 몰려 있다. 도토리묵 요리와 뽕나무 열매인 오디를 넣은 돌솥밥 등 이색 먹거리를 맛볼 수 있다.
점말동굴로 가는 322m 길이 진입도로가 개설됐고 길 끝에 무료 주차장이 새로 조성됐다. 동굴로 향하는 산책로도 흙길과 야자매트길로 정비돼 있다. '삼한의 초록길 전 국민 대행진'은 참가비가 1만원으로,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제천역 앞에는 3일과 8일 제천 오일장이 선다.
제천=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