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비대위 출범 결정했지만 갈등 불씨 여전… 친윤도 균열 조짐

입력 2022-08-31 04:04
권성동(왼쪽)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30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시작하며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의원들은 약 3시간45분 동안 격론을 벌인 끝에 새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으로 당 위기 상황을 수습하기로 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국민의힘이 30일 위기 상황 수습을 위해 새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재차 결의했다.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던 1차 비대위의 문제점을 해결한 2차 비대위를 통해 ‘자중지란’ 늪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당내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진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일부 중진 의원은 권성동 원내대표의 사퇴를 주장하며 비대위 구성에 반대하고 있다. 당 전국위원회 의장인 서병수 의원도 비대위 출범의 필수 절차인 전국위 소집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다. 의원총회 결의에도 불구하고 당 내부에서 ‘강대강’ 충돌이 이어진다면 추석 전 새 비대위 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의총에서 비대위 출범과 권 원내대표의 거취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의총에는 국민의힘 전체 의원 115명 중 87명이 참석했으며 66명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윤상현 의원은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권 원내대표가 리더십과 동력, 명분이 없기 때문에 새 원내대표가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경태 의원도 권 원내대표를 겨냥해 “(당이 혼란에 빠지게 된) 원인 제공자가 사태를 수습하는 책임자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서병수 의원은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새 원내대표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의원은 의총 직후 “새 비대위를 만드는 것은 법원에 운명을 맡기는 것이니까 굉장히 불확실하고 위험이 많다”며 “자체적으로 최고위를 만드는 것은 우리의 운명을 우리가 결정할 수 있으니까 훨씬 더 낫다”고 말했다.

의총에서 새 비대위 구성에 대한 찬반 표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당이 절대 분열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당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몇 분을 제외하고는 (권 원내대표가) 끝까지 당을 수습하고 난 뒤 거취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더 좋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설명했다.

초·재선 의원들도 각각 성명을 내고 이날 의총에서 결의한 내용을 한마음으로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재선 의원들은 비대위에 반대하는 일부 중진을 겨냥해 “대안도 없이 당을 흔드는 언행을 계속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선수별로 의원들이 대립하는 구도도 형성된 것이다.

친윤(친윤석열)계 내부의 균열 조짐도 감지된다. 권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이준석 대표 징계 이후 원내대표의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가 출범했지만 7월 말 최고위원들의 연이은 사퇴가 있었다”며 “곧바로 비대위 전환을 요구하는 당 소속 의원 수십 명의 연판장까지 돌았다”고 말했다. 친윤계 박수영 의원 주도로 초선 의원 32명이 “신속한 비대위 전환을 촉구한다”는 연판장을 돌렸던 것을 두고 이들에게도 1차 비대위 구성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차기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당권 경쟁자로 꼽히는 안철수 의원을 겨냥해 “당의 리더로 나서려고 하는 의원이 의총 결과를 뒤집는 발언으로 혼란을 가중시켜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당 지도부는 서 의원을 설득해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열 계획이다. 지도부는 서 의원이 전국위 소집에 불응하고 버틸 경우 전국위 부의장 주재하에 회의를 열겠다는 입장이다.

박세환 강보현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