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제동 건 ‘비상상황’ 구체화… 의총에서 ‘당헌·당규 개정안’ 추인

입력 2022-08-31 04:06
권성동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지도부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기위해 입장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국민의힘은 30일 의원총회를 열고 새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추인했다. 개정안의 세부 내용을 두고 일부 이견이 있었지만 당의 혼란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비대위 출범의 선결 조건인 당헌·당규 개정에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로 분석된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마련된 당헌 개정안을 추진하자는 것은 (표결 없이) 박수로 추인했다”고 밝혔다.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유상범 의원은 비대위 전환이 가능한 ‘비상 상황’을 규정한 당헌 96조 개정안을 의원들에게 보고했다.

당헌 96조 1항은 ‘당대표의 궐위’나 ‘최고위원회의의 기능 상실’인 경우를 당의 비상 상황으로 간주해 비대위를 둘 수 있다고 규정한다. 개정안은 여기에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 사퇴 시’를 추가했다. 앞서 법원이 제동을 건 ‘비상 상황’의 요건을 구체화한 것이다. 유 의원은 “(새 비대위 구성과 관련한) 일말의 논란의 소지를 없애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재 당 상황에 적용해 비대위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 가능하다. 선출직 최고위원 가운데 김재원 배현진 조수진 정미경 최고위원이 사퇴했기 때문이다.

다만 의총에서 일부 의원들이 개정안 내용에 반대하기도 했다. 전국위원회 의장인 서병수 의원은 “최고위원들이 당대표를 몰아내기 위해 규정을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발언했다”고 밝혔다. 판사 출신인 최재형 의원은 개정안을 설명한 유 의원에게 “법리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며 “당헌 개정을 해도 가처분 인용을 결정한 재판부로 또 가야 하는데, 가처분 결정 법리에 의하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또 한 번 (법원에서 얻어)맞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총에선 ‘비대위원장은 당대표의 지위와 권한을 가진다’는 당헌 96조 5항을 ‘비대위원장은 당대표, 비대위원은 최고위원의 지위와 권한을 가진다’로 바꾸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