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증거은닉’ 징역 2년

입력 2022-08-31 04:05
뉴시스

‘가습기 살균제’ 사건 관련 검찰 수사에 대비해 증거 자료를 인멸하고 은닉한 혐의로 기소된 박철(56) 전 SK케미칼 부사장에게 징역 2년이 선고됐다. 2019년 4월 기소 후 3년4개월 만에 나온 1심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주진암 부장판사는 30일 증거인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부사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SK케미칼 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가습기 살균제 자료를 조직적으로 없애거나 숨긴 혐의로 함께 기소된 양정일 전 SK케미칼 법무실장 등 임직원 4명도 징역 10개월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박 전 부사장 등은 SK케미칼이 국내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할 때인 1994년 10~12월 서울대에 의뢰해 진행한 유해성 실험 결과를 고의로 숨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보고서에는 가습기 살균제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결론이 담겼지만 SK케미칼은 서울대 실험에서 안전성이 확인돼 제품을 출시했다고 했다. 이후 국회 등에서 실험 결과 보고서를 요구하자 2013년부터 6년 가까이 “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자 SK케미칼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고 보고 서울대 보고서 등을 폐기하도록 한 사실을 인정했다. 임직원 일부가 검찰 압수수색을 예상하고 보고서에 독성물질 ‘PHMG’ 성분 부분을 삭제하는 식으로 증거를 인멸한 점도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는데 이들은 (형사사건)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못하도록 각종 증거자료를 은닉하거나 없애려 했다”고 지적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