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신용 관련 지표들 급속 악화… 나랏빚 늘리는 ‘확장재정’ 마침표

입력 2022-08-31 04:08

30일 발표된 내년 예산안이 올해 대비 5.2% 인상에 그친 것은 지난 정부가 지나치게 돈을 썼다고 현 정부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갚아야 할 빚인 국가채무는 이미 1000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국가채무가 차지하는 비율도 50%에 근접했다. 국가 신용 등 여러 가지 상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표들이 급속도로 악화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확장재정을 유지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문재인정부의 확장재정은 정권 초기만 해도 설득력이 있었다. 2017년 기준 국가채무비율은 37.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내에서도 상위권에 속했다. 이런 상황을 뒤엎은 것은 코로나19가 퍼지면서다. 재난지원금 지급과 방역 정책 피해를 본 소상공인 손실보상금 지급, 백신 구입 등 예기치 못한 예산 수요가 급증했다.

특히 채무의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른 점이 문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작성한 재정점검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향후 5년간 국가채무비율 증가 속도 전망치는 35개 선진국 중 1위를 기록했다. 이는 국채 이자율 등 여러 면에서 좋은 신호가 아니다. 3대 국제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평가에도 부정적인 요소가 된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외국인 투자 유치 시 불리하다.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가 확장재정 기조로부터 ‘출구 전략’을 쓰는 상황에서 한국만 다른 방향으로 가기도 쉽지 않다.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건전한 재정 기조로 선회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 기조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내년 예산안에는 향후 5년간 필요한 국정과제 예산 209조원 중 일부인 11조원만 반영됐다. 국정과제를 이행하려면 산술적으로 2024년 예산부터 매년 49조5000억원을 추가 투입해야 한다. 복지 예산 등 무조건 지출해야 하는 의무지출 예산이 2026년까지 연평균 7.5% 늘어난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다수인 야당이 국회 심사 과정에서 증액을 요구할 수도 있다. 부총리 동의가 없다면 증액은 불가능하지만 국회가 예산 삭감으로 맞대응할 수 있는 만큼 일부 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기초연금 등 복지 지출 증가에 따라 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도 건전재정에 불리한 환경이다.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2026년 국가채무는 올해 대비 275조1000억원 늘어난다. 지난 5년간 늘어난 국가채무(415조5000억원)보다 적긴 하지만 그래도 많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