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육군 병장 월급이 82만원에서 130만원으로 인상된다. 만 0~1세를 양육하는 가정에 매달 최대 70만원을 지급하는 ‘부모급여’도 신설된다. 저소득 청년이 5년간 최대 5000만원을 모을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가동된다. 윤석열정부 첫 예산안은 긴축을 목표로 하되 공약했던 ‘필요한 예산’은 쓰겠다는 기조를 반영했다.
정부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639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확정했다. 올해 예산 607조7000억원보다 5.2% 늘었지만 지난 정부 5년간 연평균 8.7%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크게 줄었다.
정부는 재정 기조를 지난 정부의 ‘확장재정’에서 ‘건전재정’으로 바꿨다고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미래세대를 위해 필요하다. 재정건전성 방향을 틀면서도 최소한의 필요한 지출을 했다”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사전 브리핑에서 “이제부터라도 허리띠를 단단히 졸라매지 않으면 더욱 큰 위기 앞에 방패막 없이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2026년까지 연평균 예산 증가율을 4.6%로 유지한다는 중기 계획을 세웠다. 이를 엄격하게 관리하기 위해 ‘재정준칙’을 제정하겠다는 구상도 재확인했다.
특히 내년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병행한다. 사업 효과가 불분명하거나 쓸데없는 예산을 그만큼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10조원 감액했다. 구조조정으로 확보한 재원은 윤석열정부 공약 이행에 쓰기로 했다. ‘따뜻한 나라’라는 슬로건을 앞세우고 국정과제와 민생에 부합하는 분야 예산을 신설·증액했다.
대표적 사례가 부모급여로 1조3000억원을 투입해 0~1세 아동을 키우는 가정에 매월 35만~70만원을 지급한다. 2024년에는 50만~100만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0~23개월 영아수당 30만원과는 별도여서 영아 가정은 내년부터 최대 1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공약 파기 논란을 빚었던 군 장병 월급도 결국 인상하기로 했다. 현재 병장 월급은 68만원에 사회진출지원금 14만원을 더해 82만원이다. 내년부터는 월급 100만원, 사회진출지원금 30만원으로 올라 130만원이 된다. 2025년에는 205만원으로 인상된다. 윤 대통령의 ‘병장 월급 200만원 공약’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월 40만~70만원을 예금하면 현재 금리 기준으로 5년 후 최대 5000만원까지 모을 수 있는 청년도약계좌도 신설한다. 중위소득 180% 이하인 청년 306만명이 혜택을 볼 전망이다.
5조원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농업직불금 인상도 시동을 걸었다. 2017~2019년 농사를 지은 이들에게만 지급한다는 조항을 삭제해 농사를 지은 이력만 있다면 직불금 지급이 가능하도록 했다. 3000억원 정도 예산이 늘게 됐다.
세종=신준섭 기자, 김영선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