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전력화 핵심 병기 軍 ‘사생관 교육’ 사라진다

입력 2022-08-31 03:02
최근 군대 내에서 신앙전력화의 핵심 통로로 여겨졌던 ‘사생관 교육’이 사라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기독교에 대한 반감이 커졌고 교육을 담당할 인력 부족도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일보DB

과거 신앙전력화의 핵심 통로였던 군대 내 ‘사생관 교육’이 최근 눈에 띄게 사라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전후로 급격히 침체된 군선교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는 분석이다.

30일 군부대와 교계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이 나타나기 전까지 군대 내에선 매주 수요일 정신전력 강화의 시간을 통해 사생관 교육을 적극 실시했다. 이는 죽음과 삶에 대한 견해를 체계적으로 갖춘 세계관을 교육하는 것이다. 항상 생사를 가늠하는 전쟁을 대비하는 군인들에게 해당 교육은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여겨졌다.

교육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군종 목사이다.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시절 사생관 교육을 위해 군종장교 제도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장병들의 기본 정신자세를 가다듬게 해주는 것은 물론 종교나 신앙교육도 실시하며 군선교 본연의 임무도 수행했다. 한때 군대 내에서 “참호 속에서는 무신론자가 없다”는 말이 유행한 것도 군목들의 이 같은 적극적인 사생관 교육에 힘입은 바가 컸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최근 군대 내에서 사생관 교육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대부분 군부대에서 사생관 교육이 아예 사라졌거나 극히 드물게 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달라진 군대 내 분위기가 큰 영향을 미쳤다. 장병들의 인권, 자율의 가치가 강조되면서 사생관 교육 및 종교 활동이 권장되지 못하고 있다. 휴대전화 사용, 외박 확대, 병영 부조리 감소 등 군인들의 스트레스 요인도 크게 감소하면서, 이전에 안식처로 기능했던 사생관 교육이나 종교 활동에 대한 수요도 낮아졌다.

또 팬데믹을 거치며 군대 내에서 기독교 자체에 대한 반감이 높아진 것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종장교는 “군대는 묶어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전체성이 가득한 집단”이라며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일부 목사들의 잘못된 행동이 부각되면서 전체 기독교와 목사를 묶어 비판하는 정서가 일반 장병은 물론 간부들 사이에서도 뚜렷했다”고 말했다.

교육을 담당할 인력도 부족한 실정이다.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뛰는 군목(소령)의 경우 정년이 45세로 매우 제한적이다. 승진하지 못하고 조기에 전역하는 소령 계급의 군목이 많아 사생관 교육 인력도 덩달아 부족해지는 것이다. 이는 미국과 대비된다. 미국은 정년이 55~60세이고 사생관 교육 인력도 우리나라의 5배가 된다. 더욱이 미국의 경우 사생관 교육이 대표적 군 교육으로 확고히 정립돼 있다.

과거처럼 사생관 교육을 활성화해 신앙전력화로 나아가는 방법은 뭘까. 무엇보다 정부가 사생관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해 이를 의지적으로 권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또 비전투병과인 군목 정년을 늘려 관련 인력을 충분히 확보할 필요도 있다. 군선교위원장인 고석환 목사는 “침체된 군선교가 살아날 수 있는 중요한 방안 중 하나가 사생관 교육”이라며 “교계도 관심을 갖고 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고 전했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