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우영우 성장시킨 ‘한바다’ 되려면

입력 2022-09-03 03:00
ENA 제공

지난 28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매화로 분당영광교회(박명구 목사) 영광부 소속 청소년들이 열심히 성경공부(Bible Study)를 하고 있었다. 이 교회 영광부는 발달장애인 전문 교회학교이다. 먼저 찬양을 불렀다.

“예수님 찬양/예수님 찬양/예수님 찬양합시다… 할렐루야 ♪♬”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오랜만에 교회에 나온 발달장애인들의 표정에 기쁨이 가득했다. 모두 하나님을 힘껏 찬양했다. 찬양 중 “할렐루야”가 나오니 목소리가 더 커졌다.

성경공부하는 영광부 학생들.

이 교회 장로 김종인(66) 나사렛대 명예교수가 “이제 성경공부를 시작합니다. 사도신경으로 신앙고백 하겠습니다”라고 하자, 발달장애인들은 일제히 “나는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 천지의 창조주를 믿습니다’로 시작하는 사도신경을 읽기 시작했다. 대부분 어눌한 말투였다. 하지만 또박또박 말했다.

잠시 숨을 고른 김 교수는 “오늘 성경공부 주제인 소명(Vocation)을 배우겠습니다”라고 말하자, 발달장애인들은 책상 앞에 IMP 교재를 펼쳤다. IMP는 ‘Individualized Ministry Plan’(개별화 사역 계획)의 첫 글자로, 발달장애인용 자기 주도 성경공부 교재다.

발달장애인들은 이번 주 선언 말씀인 “I found a vocation to preach the Gospel.(나는 복음을 전파하는 소명을 발견했습니다.)”를 여러 차례 공책에 쓰고 반복해 읽었다.

IMP 교재는 김 교수가 편찬했다. 발달장애인에게 쉽게, 반복적으로 성경말씀을 1인칭으로 만들어 영어와 한글로 암송하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IMP의 철학과 비전은 발달장애인 개별화 및 다름의 능력 계발이다. 예수님의 사역인 재활 복지와 구령 운동이 바탕이다. 발달장애인 욕구 분석과 만족도를 높인다. 일자리 창출도 목적 중 하나다. 이 교육을 받은 다수의 발달장애인이 취업이나 대학 진학에 성공했다.

김 교수는 나이 어린 청소년들에게 시종 존댓말을 썼다.

“발달장애인에게 늘 존댓말을 씁니다. 그들은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귀한 몸이고 귀한 영혼입니다. 하나님의 걸작품이지요. 자폐, 지체 등 장애의 종류는 다르지만 ‘다름의 능력’(Differently Able)이 있습니다. 각자 다른 재능과 개성을 가진 발달장애인이 모두 하나님께 쓰임 받는 일꾼으로 거듭나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김종인 나사렛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28일 경기 성남시 분당영광교회 영광부 발달장애인 교회학교를 마치고 발달장애 어린이와 포옹하고 있다.

성경공부가 끝날 무렵, 김 교수는 한 사람 한 사람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그리고 “공부 잘하게 해 주세요” “대학에 가게 해 주세요” 등 축복기도를 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분당영광교회 영광부는 2015년 10월 창립했다. 당시 나사렛대에 다니는 한 지적장애 학생이 “교수님, 바이블스터디 해 주세요. 저희 성경 공부하고 싶어요”라고 주문한 것이 계기다. 영광부는 영성지능(Spiritual Intelligence·SI) 계발에 중점을 두고 성경공부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영성지능’을 거듭 강조했다. 영성지능을 계발하면 지능지수(IQ)가 70 이하인 지적장애인이나 감성지수(EQ)가 낮고 굴곡이 심한 자폐성 장애인도 자신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신하게 된다. 성경공부를 통해 예수님을 만나고 IQ와 EQ, 그리고 사회성지수(SQ), 건강지수(HQ)가 뒤떨어지더라도 영성지능 계발을 통해 한 사람의 인격체로 새롭게 태어나고 다름의 능력이 개발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교회 외에 서울시민교회 희망부, 샘물교회 사랑의교회 영락교회 사랑부 등 여러 발달장애인 교회학교를 직접 설립하거나 설립을 돕고 있다.

그는 이날 성경공부를 마치며 “전국 300여 발달장애인 주일학교 사역 현장마다 주님의 임재와 인도를 체험하게 하시고 생명 구원의 역사가 일어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이어 “발달장애인을 이 땅에 보내신 주님의 섭리와 뜻, 교회의 사명을 발견하게 해 달라”고 간청했다.

발달장애인이 공책에 쓴 글씨가 가지런하다.

그가 장애인 문제에 눈을 뜬 것은 대학 1학년 때다. 대학 캠퍼스 안에 맹학교와 농학교, 지체장애학교, 정신지체특수학교가 있었다. 운동장에서 함께 어울리다 보니 서로 친구가 됐다. 장애인 친구들에게 ‘소원이 무엇인지’ 물으니 한 친구는 한라산에 오르는 것이라고 했고, 다른 친구는 라디오 듣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시각장애인 친구는 한 번만 눈을 떠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충격이었다.

“누구는 딱 한 번만 눈을 떠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는데 저는 눈뜨고 살면서도 왜 이렇게 불평불만을 많이 하고 살았는지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다시금 돌아보게 됐고 주님께 눈물로 회개기도를 드렸지요.”

한국교회는 ‘장애인이 없는 교회’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특히 발달장애인에 대해 심한데, 구원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있는 탓도 있다. 다행히 국내 장애인목회 프로그램은 예전에 비해 많은 관심과 시도들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시혜적이고, 이벤트적인 면이 강하다.

유엔(UN) 장애인권리협약 제24조는 장애인의 교육적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제31조 제1항도 모든 국민이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2조에 따르면 장애인 및 특별한 교육적 욕구가 있는 사람에게 장애 유형 및 장애 정도의 특성을 고려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교회교육도 결코 예외일 수 없다.

2022년 한국사회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매력에 푹 빠졌다. 감정표현이 서툴고 사회성이 부족하지만, 명문 로스쿨을 졸업하고 한번 보면 잊어버리지 않는 천재 자폐 변호사의 이야기가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는 매회 시청률을 경신하며 호평 속에 종영했다.

하지만 발달장애인 부모를 비롯해 시청자들에게 의문을 남겼다. 현실에서도 자폐 스펙트럼 변호사가 가능하냐는 질문이다. 자폐를 가지면서 동시에 지능 높은 변호사가 되는 것이 실제로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인식 변화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다”며 실제 고기능 자폐의 경우 지적 능력이 오히려 탁월한 것은 물론 우영우 같이 독특하고 돋보이는 경우도 존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운증후군 배우 강민휘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강씨는 한 기획사 대표의 헌신적인 사랑과 신앙교육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 이를 토대로 영성지능을 계발했다. 다운증후군의 다름의 능력인 사회성과 순진성, 충직성과 매사에 긍정적인 면이 배우로서 우뚝 서게 한 것이다.

한국기독교평신도총연합회 대표회장 이주태 장로는 “드라마에서 우영우 주변 인물들은 그녀를 동등하게 바라보고 각자 방법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사회 일원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우현(온누리교회 장로) 고려대 명예교수는 “주님의 몸된 교회는 사실상 부족하고 심리적·영적 장애가 있는 사람이 모인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발달장애인도 주일예배에 함께 참여하고 주인의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예배 내용과 순서, 분위기 등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조기연 아신대 교수는 “예수님은 귀신 들린 아이를 고치셨고(막 9:14~29),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 25:40)고 말씀하셨다. 발달장애인의 재활복지를 돕고 함께하는 것은 한국교회의 소명이며 축복의 통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유영대 종교기획위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