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2023년도 예산안은 문재인정부의 확장재정에 종언을 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총 639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는데 올해보다는 5.2% 늘어났지만 2차 추가경정예산까지 포함할 경우 6.0% 삭감됐다. 본예산이 전년도 총예산보다 줄어든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정부가 산정한 2026년까지의 본예산 지출 연평균 증가율(4.6%)은 2018~2022년 평균(8.7%)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말대로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전임 정부의 지나친 재정 확장으로 국가부채가 1000조원을 넘었다. 저출산, 고령화, 연금 고갈 추세로 볼 때 재정건전성은 국가 지속성과도 연결된다. 건전재정은 이 시점 반드시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다만 긴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취약층 지원이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글로벌 복합위기가 지속되면서 양극화가 더욱 심화돼 가난한 이들의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요즘이다. 현 정부도 이를 감안해 사회안전망 구축, 중위소득 인상에 상당한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체 보건·복지·고용 분야의 내년 지출은 226조6000억원으로 올해보다 8조9000억원(4.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올해 지출 증가 규모(18조원)와 증가율(9%)의 반토막에도 못 미친다. 낭비를 줄이고 쓸 곳은 써야 한다면 마땅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이 우선순위가 돼야 하는데 이를 간과했다. 탄소중립 시대에 대비해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수소경제 지원에도 소홀하다. 수소차 관련 예산이 올해보다 3000억원 가까이 줄었다. 미래 핵심기술 전략에도 수소경제가 빠져 있어 연구개발(R&D) 예산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만약 전임 정부 추진 정책이어서 패싱한 것이라면 속좁은 처사다.
주사위는 던져졌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정부는 국회와의 예산 협의를 통해 민생 지원에서 놓친 부분이 없는지 거듭 살피길 바란다. 정부와 여야가 마주 앉아 불요불급하거나 선심성으로 비치는 예산은 과감히 걷어내고 이를 서민의 삶을 증진시키는 데 쓰도록 힘써야 한다. 예산 수립 기초인 세수 추계에도 신경 써야 한다. 정부는 내년 국세가 올해(본예산 대비)보다 16.6%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시장의 거래 절벽, 대외 여건 악화를 고려할 때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생각이다. 이전 정부에서의 잇단 세수 추계 오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냉정하고 치밀한 실물 경제 분석은 물론 시장과의 소통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