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탓에… 마늘 주산지 제주 파종 시기도 바꾼다

입력 2022-08-31 04:06
지난해 제주 서부지역에선 가을철 고온 현상에 의한 마늘 생육 피해가 발생했다. 제주도 제공

기후 변화로 제주의 농촌에서도 작물 재배법에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제주도 농업기술원은 지구 온난화로 가을철 평균기온이 오르면서 최근 마늘 재배 농가에 올해 파종 시기를 평년보다 열흘 정도 늦춰줄 것을 당부했다고 30일 밝혔다. 농업기술원이 기후 변화를 이유로 작물 파종 시기 조정을 공지한 것은 이례적이다.

도 농업기술원은 지난해부터 기후변화에 따른 고온피해 예방을 위한 현장 컨설팅을 강화하고, 농업인 교육 때마다 기후 변화에 대한 농가의 적극적인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마늘은 8월 하순부터 파종해 10월 초중순에 비닐을 덮고 이듬해 5월 수확한다. 제주에선 지난해 가을철 고온현상으로 마늘 주산지인 서귀포시 대정읍과 안덕면 마늘 농가에 대규모 생육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 면적은 322㏊로, 도내 총 마늘 재배면적의 20%에 달했다.

마늘의 생육 최고온도는 섭씨 25도인데 지난해 제주의 9월 평균 최고온도가 27도로 생육 한계점을 웃돌았고, 생육 중기인 10~12월에도 평년대비 0.9도가 높은 고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부패, 발육 불량, 잎마름 증상 등이 나타났다. 특히 안덕·대정은 피복 시 빛 투과율이 높은 투명 비닐을 씌우는 지역으로, 당시 토양 온도가 40도 가까이 상승하면서 부패 현상이 일어나 생산량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이성돈 도 농업기술원 서부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는 “기후변화가 일상화 되면서 예년과 같은 재배 방법을 고수해서는 안정적인 생산이 어렵다”며 “농가에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줄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