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 과목’ 만들고, 초 1·2 국어수업 34시간 늘린다

입력 2022-08-31 00:05
교실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수학 기초가 부족한 상태로 고교에 진학하는 학생을 위한 별도의 수학과목이 만들어진다. 영어는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라는 기존 분류 대신 ‘이해’와 ‘표현’으로 개편된다. 국어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의 한글 실력을 높이기 위해 수업 시간을 늘리고, 모든 학교급에서 미디어 문해력을 기르는 수업이 많아진다.

교육부는 30일 이런 내용의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및 교과별 교육과정 시안’을 발표했다. 교육과정은 학생들에게 언제 어떤 내용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가르칠지 정하는 초·중·고교 교육의 설계도다. 교육부가 국가교육과정을 만들면 시·도교육청별로 지역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개별 학교가 이를 바탕으로 학교 교육과정을 만든다. 새 교육과정은 학부모·교사·학계·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올해 말 최종 확정·고시된다. 2017년생이 취학하는 2024년 초등 저학년, 현재 중1이 고교에 진학하는 2025년부터 중·고교에 적용된다.


눈길을 끄는 내용은 고교 공통과목이 된 ‘기본수학 1·2’다. 기존 교육과정에서 공통과목은 ‘수학’ 하나였다. 새 교육과정에서는 공통과목이 공통수학 1·2와 기본수학 1·2로 이원화된다. 기본수학은 수학 기초 실력이 부족해 일반 학생이 이수하는 공통수학을 따라가기 어려운 학생이 선택하게 된다. 공통과목은 고1 때 배우는데 고1 수학 수업이 수준별로 나눠지는 의미가 있다. 영어도 같은 취지로 ‘기본영어 1·2’가 공통과목에 들어갈 예정이다. 다만 대입 전형 자료인 학교생활기록부에 표기될 경우 ‘낙인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평가와 학생부 기록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설명했다. 그밖에 수능 선택과목인 미적분이 ‘미적분Ⅰ’과 ‘미적분Ⅱ’로 분리되고, 일반선택 과목에 대수가 포함되는 등 전체적인 과목 구조도 개편된다. 이에 따라 대학수학시험능력 과목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영어 교육의 틀도 대폭 손질한다.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라는 지금의 언어 기능별 분류 방식에서 탈피해 언어의 사용 목적에 따라 이해와 표현으로 개편한다. 이해는 말과 글뿐 아니라 이미지, 동영상 등이 다양하게 결합된 방식으로 제공되는 영어 지식 정보를 처리하고 사용하는 능력, 표현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말, 글 및 시청각 이미지 등을 활용해 자신의 느낌, 생각, 의견 등을 전달하는 능력으로 규정했다. 교과서 내용은 물론이고 수업과 평가 방식 전반을 재구성해야 하는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국어는 초등 1~2학년의 기초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 수업 시간을 34시간 늘린다. 고교 선택과목으로 ‘매체 의사소통’ 과목을 신설하는 등 초·중·고교 국어 교육 전반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문해력) 교육이 강조된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