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무자들만 희생양 삼는 대통령실 인적 쇄신

입력 2022-08-31 04:02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대대적인 공직 감찰과 인적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정무수석실의 홍지만 정무1비서관과 경윤호 정무2비서관이 이미 사의를 표시했다. 정무 1, 2비서관은 국회 및 여야와 소통하는 핵심 보직이다. 여권 혼란 사태와 관련한 문책성 인사라는 평가다. 시민사회수석실 임헌조 시민소통비서관은 내부 문건 유출 혐의로 면직 처리됐다. 시민사회수석실 비서관 5명 중 3명이 공석 상태다. 대통령실 행정관들도 면직이나 권고사직 형태로 자리에서 물러나고 있다. 대통령실 420여명 직원 중 상당수가 교체 대상이라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인적 쇄신과 더불어 비서관실 통폐합, 일부 수석실 축소 등 조직 개편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대통령실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은 필요하다. 취임 100일을 넘긴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추락했고, 국정 운영 난맥상이 여러 차례 드러난 만큼 쇄신이 불가피하다. 다만 지금 진행되는 대통령실 쇄신 모습은 의아하다. 책임져야 할 사람은 빠지고 부하 직원들에게 책임을 묻는 듯한 인상을 준다. 정무 1, 2비서관이 동시에 물러날 정도면 이진복 정무수석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소속 비서관 5명 중 3명이 불미스러운 일로 공석이라면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책임을 지는 것이 옳다. 인사 참사가 계속됐다면 복두규 인사기획관이 책임질 일이다. 대통령실 전반의 역량이 떨어지고 내부 기강 해이가 광범위하다면 김대기 비서실장이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책임자들은 전부 유임이고 밑의 실무자급들만 이런저런 이유로 교체되고 있는 셈이다.

대통령실 쇄신 요구가 나왔던 이유를 되새겨야 한다. 연이은 인사 참사와 대통령 인사 보좌 기능의 부실, 검찰 출신에 대한 과도한 중용, 국정 비전의 부재, 김건희 여사를 비롯한 친인척 관리 가능 미비 등이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대통령실 쇄신은 제기된 문제들을 고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인사 보좌 기능을 강화하고,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하고, 참모 기용 폭을 넓히는 대책이 필요하다. 문제의 근본을 건드리지 않고 변죽만 울리는 식의 쇄신은 성공하기도 어렵고, 불필요한 반발만 부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