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부는 ‘코딩 교육’ 바람… 코딩은 미래 수능 과목 될까

입력 2022-09-03 04:05

교육부가 연일 ‘디지털 인재 양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내놓는 정책마다 디지털 인재, 소프트웨어, 코딩 등의 용어가 뒤섞여 있다. 급기야 대학입시에서도 코딩과목 비중을 확대할 기세다. 학생들이 입시와 무관한 과목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이 미지수인 현실에서 짧은 시간에 학생들의 디지털 역량을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대입만 한 게 없기 때문이다. 현재 중학교 1학년이 대입을 치르는 2028학년도부터 코딩 관련 과목의 대입 비중 확대는 이미 확정적이다. 관건은 대학수학능력시험 과목 지정 여부로 보인다.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디지털 인재양성 종합방안’에는 초·중·고교에서 코딩 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우선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경우 코딩 교육이 필수화됐다. 코딩을 배우는 정보수업은 초등학교는 17시간에서 34시간, 중학교는 34시간에서 68시간으로 2배 늘리기로 했다. 총수업량이 정해져 있어 다른 과목 수업이나 활동의 비중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고교에서는 다양한 코딩과목이 신설된다. 적용 시점은 현재 중1이 고교에 진학하는 2025년부터다. 즉 2015년에 만들어진 현행 교육과정을 대체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이 도입되는 시기다.

다만 이번 디지털 교육 강화 방안에는 평가가 빠졌다. 수업과 평가 그리고 기록은 한 세트다. 수업을 통해 배운 내용을 학생이 잘 소화했는지 평가하고 이를 기록하는 일련의 과정이 학교 교육이다. 교육부는 평가 방식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종합방안이란 이름을 붙였지만 ‘미완성’ 발표인 셈이다. 평가가 입시와 직결되고 이는 사교육 문제와 연결된다는 점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평가 방식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벌써 사교육이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어 교육 당국 탓만 하기도 어렵다.


평가 방식에 대한 단서가 없는 건 아니다. 교육부가 지난달 30일 내놓은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및 교과별 교육과정 시안’에 힌트가 있다. 현행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고교 교과목 구성을 보면 정보과목은 기술·가정 교과(군)의 일반선택 과목에 끼어 있다(표 참조).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고교 교과목 구성을 보면 정보과목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기술·가정에서 분리됐으며 ‘인공지능 기초’ ‘데이터 과학’ ‘소프트웨어와 생활’ 등 진로선택과 융합선택 과목을 거느리고 있다. 학교생활기록부에서 정보 관련 과목의 비중이 올라가면 학생부위주 전형에서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정보과목이 기술·가정에서 떨어져 나와 독립적으로 일반선택 과목에 들어간 점이 주목된다. 현행 고교 교과목 구성을 보면 일반선택이 수능 과목의 뼈대라고 할 수 있다. 수능의 국어 영역은 독서와 문학을 공통과목으로 하고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중 하나를 선택해서 치른다. 모두 일반선택으로 분류된 과목이다. 수학은 수학Ⅰ·Ⅱ가 공통이고 ‘미적분’과 ‘확률과 통계’ ‘기하’가 선택과목이다. 기하(진로선택)를 뺀 나머지 과목은 일반선택이다. 사회탐구 역시 일반선택 과목과 일치한다.

무엇보다 교육부는 정보과목을 ‘도구교과’로 규정하고 싶어 한다. 도구교과란 국어 수학 영어처럼 학문 그 자체로 학습할 가치가 있으며 다른 과목을 학습하기 위한 기본 수단이 되기도 하는 과목을 말한다. 대학에서 공부할 기본 역량이므로 모두 수능 과목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정보과목은 ‘모든 교과교육을 통해 강조되는 디지털 기초 소양과 연계해 컴퓨팅 사고력 함양’ ‘학생의 진로에 따른 정보 관련 분야의 코딩 등 기초역량을 함양’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코딩이 수능 과목이 되려면 미래세대가 갖춰야 할 기본 역량이면서 다른 전공을 공부할 때도 필요한 과목이란 공감대 형성이 전제돼야 한다. 그래야 학습량 가중, 사교육 우려 등을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사 방식을 참고할 수 있다. 2017학년도부터 수능 필수과목이 된 한국사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우리 역사는 어느 정도 공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당시 수험생 중 서울대 지원자만 한국사를 공부하고 나머지 수험생은 공부하지 않는 문제가 대두됐다. 이때도 수능 과목이 늘어가는 것을 두고 학습량 가중, 사교육 증가 등의 우려가 제기됐으나 절대평가로 쉽게 출제하는 방식으로 이를 누그러뜨렸다. 학생의 디지털 역량을 5지 선다형 수능 문항 몇 개로 측정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도 넘어야 할 산이다.

다만 수능 제도의 틀 자체도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려면 수능의 영향력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 주요 대학들의 정시 비중이 높고, 수능 과목이 많을 경우 고교학점제 도입 취지는 퇴색된다.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등에서 고1 때 배우는 공통과목으로 수능 범위를 축소하고 절대평가 혹은 자격고사화하는 방안이 꾸준히 거론되는 이유다. 교육부는 여러 갈래로 정책연구를 진행 중이며 지난달 30일 각계 전문가 21명으로 구성된 대입정책자문회의를 구성하는 등 물밑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새 대입제도는 내년 상반기에 시안을 발표하고, 2024년 2월 확정된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