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상에 간편식을 올리는 가구가 늘고 있다. 직접 재료를 사서 명절상을 차리기보다 완제품을 사는 게 더 저렴해지면서다. 추석을 열흘 앞두고도 애호박이 1개에 3000원에 달할 만큼 물가는 치솟는 중이다.
30일 가격조사기관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4인 가족 기준 명절 상차림 비용은 전통시장이 지난해보다 2만6500원(9.7%) 오른 30만1000원, 대형마트가 2만4600원(6.4%) 오른 40만8420원으로 조사됐다. 조사대상 35개 품목 중 지난해보다 가격이 내려간 건 밤, 쌀 등 4개에 불과했다.
특히 폭염과 폭우가 겹치면서 채소값이 치솟았다. 전통시장 기준 지난해 1개에 1000원이었던 애호박은 올해 3000원으로 뛰었고, 시금치도 1단에 6000원에서 8000원으로 올랐다. 고사리와 도라지도 400g에 5000원에서 6000원으로, 배추 1포기는 7000원에서 1만원으로 비싸졌다. 과일도 긴 장마로 과실이 갈라지거나 일조량이 부족해 당도가 낮아지는 등 공급량이 줄었다.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르면서 육류를 비롯해 소면과 밀가루, 기름을 많이 쓰는 약과 등도 비싸졌다.
상황이 이렇자 직접 재료를 구매해 명절상을 차리기보다 완제품을 사는 게 더 싸다. 한 명절 상차림 대행업체의 경우 2~3인분은 27만원에, 4~5인분은 35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동원디어푸드가 모듬전, 갈비찜, 국내산 과일 등 16종으로 구성한 ‘프리미엄 상차림’은 25만원 수준이다. 동원디어푸드 관계자는 “가격은 지난해와 동일하게, 물량은 200개에서 300개로 늘렸다. 물가가 오르다보니 완제품을 구매하는 게 더 싸지면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정간편식으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도 증가세다. 신세계푸드에 따르면 지난 10~25일 적전류, 양념육, 떡류 등 30여종의 명절용 가정간편식의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1% 늘었다. 지난 23일 진행한 ‘명절 한상차림 기획 세트’ 라이브 방송은 동시간대 시청자 수 1위를 차지하며 1000세트가 90분 만에 완판됐다.
올해는 추석이 이르고 연휴가 짧아 간소하게 명절을 보내려는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치솟은 물가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간편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