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영시장에 들어서자 스카이어닝(공공차양막)에 달린 현수막부터 눈에 들어왔다. 현수막에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와 함께 ‘단골 시장’이라는 글귀가 담겼다.
시장 안 상점 곳곳에서는 카카오 상징색인 노란색 깃발 모양의 안내판이 붙어있다. 닭강정 판매점 애플앤치킨에도 안내판이 주문대 앞에 부착돼 있었다. 안내판 한쪽 면에는 상점 이름, 다른 한쪽 면에는 “손끝 하나하나의 정성 가득한 닭강정”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상인이 직접 가게를 운영하는 지향점과 정체성을 담아 작성했다고 한다.
애플앤치킨 사장 김수자(61)씨는 손님에게 QR코드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춘식이’를 인쇄한 노란색 명함을 건넸다. 그는 “카카오톡 채널에 애플앤치킨을 추가하면 메시지로 할인 정보를 알려드린다”고 했다.
상점에는 명함에 그려진 QR코드 안내판도 별도로 있다. 이 QR코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자 애플앤치킨의 카카오톡 채널로 연결됐다.
카카오는 5년간 총 3000억원의 상생기금을 활용하는 방안 중 하나로 ‘소신상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소신 있게 사업체를 운영하는 전국 상인들이 카카오톡 채널로 단골을 확보하고, 다양한 모바일 마케팅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사회 변화에 맞춰 전통시장을 디지털화하는 사업이 지방자치단체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대부분 시설물 현대화, 온라인 판로 개척에 머물렀다.
반면 카카오는 상인들을 직접 디지털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시설을 첨단기기로 바꾸더라도 이를 마케팅 등에 활용하지 않으면 전통시장의 변화를 지지부진할 것이라고 봤다. 관건은 상인들의 인식 개선이라는 판단이다.
카카오는 온라인 지식교육 플랫폼 MKYU와 손을 잡았다. 전통시장에 상주하는 MKYU의 ‘디지털 튜터’가 상인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고객 서비스 대응, 스마트채팅 활용 방법 등을 교육한다. 지난 6월 프로젝트의 첫 번째 대상 전통시장으로 신영시장이 선정됐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상인들은 톡채널 설치, 톡채널 꾸미기, 1대 1 채팅을 통한 온라인 고객 대응법, 스마트채팅을 활용해 홍보하는 방법 등을 배운다.
현재 신영시장의 110개 점포 중 절반 정도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김동용 신영시장 상인회장은 “요즘 시장을 찾는 고객들은 온라인으로 가격과 품질을 비교하고 합리적 소비를 한다. 고객이 똑똑해진 만큼 상인들도 온라인에 익숙해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신영시장을 찾는 ‘어르신 고객’도 변하고 있다. QR코드 사용 방법을 자연스럽게 익히는 ‘선순환’이 나타난다. 상인 손지유(50)씨는 “상품을 팔면서 스마트폰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어르신에게 카메라, 카카오톡 사용법까지 알려드리고 있다”고 했다.
카카오는 프로젝트를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오는 10월 프로젝트에 참여할 10개 전통시장을 선정한다. 카카오임팩트 관계자는 “전국 전통시장 상인이 디지털을 활용해 상점 운영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