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물살 센데 시민은 안전불감… 한강구조대 ‘연일 비상’

입력 2022-08-30 13:08 수정 2022-08-30 13:10
서울 송파구 잠실한강공원을 28일 찾은 시민들이 '위험 안내'라고 적힌 안내판 아래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박민지 기자

처서가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분 지난 28일 오후 9시쯤. 서울 송파구 잠실한강 공원은 8월 마지막 휴일을 맞아 몰려든 인파들로 북적였다. 잔디밭에서 강가로 향하는 경사로에도 돗자리를 깔고 술을 마시는 시민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위험 안내’라고 적힌 커다란 표지판이 무색할 정도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야외 행사 재개와 선선한 날씨가 겹치면서 서울 한강변에서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인명 사고 위험 역시 덩달아 커지자 구조대원들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한강 119수난구조대 관계자는 29일 “야외 활동이 늘면서 수난 사고가 이어져 비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얼마 전 폭우로 한강 물 수위가 예년보다 높아져 있고 물살도 세져 위험 상황도 잦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인명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송파소방서는 27일 오후 5시쯤 30대 남성의 시신을 인양했다. ‘잠실한강공원 선착장 인근에 사람이 빠졌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4시간 동안 수색을 진행한 끝에 시신을 발견한 것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 남성은 지인들과 술을 마시던 중 돌연 “수영을 하겠다”며 물에 들어가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 15일 오전 5시15분쯤에도 강남구 압구정동 한강 둔치에 있던 20대 남성이 친구들과 술을 마시던 중 “수영하겠다”며 한강에 들어갔다가 이틀 뒤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와 소방당국은 주취 사고를 막기 위해 강 주변에 철제펜스를 두르고 안내판을 설치하는 등 안전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순찰도 돌지만 특히 심야에는 모든 지역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어렵다. 한 수난구조대 관계자는 “낮에는 3~4회씩 순찰을 돌지만 밤에는 시야 확보가 되지 않고 신고도 많아 출동 위주로 단속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잇단 사고에도 시민들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한 모습이다. 지난 27일 오전 7시35분쯤 한강 잠실대교 수중보 아래사람이 빠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뚝섬수난구조대 구조대원들이 현장에 출동해보니 주말을 맞아 친목 수영을 위해 모인 수영동호회 회원들이 수영을 하다 사고가 난 것이었다. 회원 2명이 물놀이가 금지된 위험 지역에서 수영하다 물살에 휩쓸려 허우적거리는 상황이었다. 수난구조대는 이들을 구조한 뒤 동호회 관계자에게 ‘수영 위험 지역’이라는 사실을 안내했다.

한강 인근 상인들에 따르면 안전사고방지를 위해 설치된 바리케이드 틈으로 비집고 들어가 헤엄을 치거나 “경치가 좋다”는 이유로 강가에 바짝 붙어 술을 마시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여의도 한강공원 인근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한상인은 “통제를 하면 그때만 잠깐 도망갔다가 다시 돌아와 펜스가 없는 곳을 찾아 낚시하는 시민도 있다”고 말했다.

소방서 관계자는 “안전불감증 탓에 ‘나 하나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하지만 사고는 예기치 못한 것이라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박민지 이의재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