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토이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토베이(tOBEY)가 최근 파인아트(순수미술) 작가로 변신했다. 지난달 13일부터 서울 강남구 케이리즈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있는 그를 지난 25일 갤러리에서 만났다. 작가의 요청으로 이름과 나이는 비공개로 했다. 토베이는 그의 활동명으로, ‘순종하다(obey)’는 뜻의 영어 단어에 십자가 형상인 소문자 ‘t’를 붙여 ‘십자가에 순종하다’라는 의미가 있다.
토베이는 합성수지인 레진으로 아트토이를 만들어 대만 타이베이토이페스티벌, 중국 베이징토이쇼 등에 참여했다. 그의 작품 ‘차일드 코피’는 2017년 아트토이 전문 사이트 토이크로니클의 ‘올해의 토이’에 선정됐다. 파인아트를 하게 된 건 후원 아이들 때문이다.
“사업은 안 풀리고 개인적인 어려움까지 있었는데 중학생 때 멀어졌던 교회를 다시 찾았어요. ‘살려 달라’는 기도는 ‘하나님 뜻대로 하세요’라는 고백이 됐고 삶도 달라졌어요. 힘든 시기였지만 아이들을 돕고 싶어 NGO를 찾았고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을 전한다’는 컴패션이 마음에 와닿았어요.”
그렇게 해서 2012년부터 가나 소년 코피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코피는 작품 ‘차일드 코피’의 모델이다. 현재 그가 후원하는 아동은 6명이 됐다. 새로운 미래도 열었다.
토베이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아트토이에 도전했다. 비전공자가 늦은 나이에 시작해 어려움은 있었지만 즐거웠다”고 말했다. 특히 ‘차일드 코피’는 토베이가 펼치고 있는 ‘빈곤으로부터의 해방’(Freedom From Poverty·FFP) 캠페인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됐고 파인아트 작가로 나서게 했다.
케이리즈갤러리 김현정 대표는 “희망을 보는 듯한 코피의 눈동자를 보고 작가에게 FFP를 지속하려면 창작의 한계가 없는 파인아트를 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답을 받는 데 3년 걸렸다”고 했다.
작품 소재는 동(銅)으로 바꿨다. 디자인하고 주형을 만들어 용해한 금속을 넣어 주물을 만드는 주조작업도 거쳤다. 디자인만 3개월, 주조작업까지 하면 6개월 이상 걸렸다. 갤러리에선 코피와 함께 또 다른 후원 아동인 탄자니아의 조이스, 필리핀의 아토이를 작품으로 만날 수 있다. 아토이와 조이스는 황금색 유선형 기둥에 의지해 싹이 자란 화분을 들고 있는 형상이다.
토베이는 “기둥은 어른들이 주는 에너지인데 기둥 끝에 새겨진 하트는 어른들의 사랑, 눈동자는 어른들의 관심”이라며 “새싹은 그 에너지로 아이들이 틔운 희망의 싹”이라고 전했다. 작품은 각각 다섯 개만 만들어 판화처럼 고유 번호를 붙였다. 작품 구매자들은 그 의미를 들은 뒤 “간접적으로 후원하게 된 셈”이라고 했다. 갤러리 측도 토베이가 개인전을 열 때마다 컴패션을 통해 일대일 결연을 후원할 계획이다.
토베이는 다음 작품 계획도 밝혔다. “아이들이 희망의 에너지를 선사하는 어른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새싹이 나무가 되는 모습을 작품으로 담고 싶어요.” 개인전은 다음 달 15일까지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