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해군 구축함 ‘최영함’의 통신이 수시간 동안 끊겼던 사건은 군 기강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당시 보고 체계도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합동참모본부와 해군의 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최영함은 지난달 5일 새벽 태풍을 피해 흑산도 서쪽 지역에서 항해하던 중 0시28분부터 4시29분까지 통신이 두절됐다. 해군 관계자는 “당시 기동하는 과정에서 함정 자체 구조물에 의해 전파 송수신이 차단돼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며 “인지 이후 대체 통신망으로 전환하거나 기동 방향을 변경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해당 해역을 관할하는 3함대는 0시47분쯤 최영함의 통신망 이탈을 확인하고 가용 통신망 등을 통해 교신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특히 예비 위성전화로 통신을 시도했는데, 최영함의 최신 번호를 갖고 있지 않아 교신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영함은 지난 5월 청해부대 파병 임무를 마치고 복귀한 후 새로 받은 위성전화 번호를 상급부대에 제대로 전파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해군 관계자는 “근무 기강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돼 관련자를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 누락’ 문제도 지적됐다. 사건 당시 해군작전사령관은 해군참모총장에게는 보고했으나 합참에는 별도로 보고하지 않았다. 합참 작전본부장을 지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여야를 떠나 너무나 큰 문제”라며 “해군 수뇌부가 신속 탐색 구조를 지휘하는 합참에 즉각 보고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고 질타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철저히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